- 교사가 범죄자가 되는 감각에 대하여
경찰서 앞에 도착해서 전화하니 경찰이 1층으로 내려왔다.
담당 경찰을 따라 조사실로 올라가는 계단 하나하나가 버겁게 느껴졌다. 범죄자가 되어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 계단을 오르리란걸 단 한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도착한 조사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형광등 아래에서 의자는 낮고 책상은 불필요하게 넓어 보였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 순간부터 나는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앉혀진 사람’이 되었다.
“긴장하실 필요는 없고요.” 경찰은 그렇게 말했지만,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서류를 넘기며 질문을 시작했다. 이름, 생년월일, 주소.
이미 다 알고 있을 정보들. 그런데도 하나하나 다시 말하게 했다.
말하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내 목소리를 의식했다. 너무 떨리는 건 아닐지, 너무 또박또박한 건 아닌지.
“선생님이 학생을 제지한 적이 있죠?” 질문은 늘 단정문처럼 시작됐다.
‘있죠?’라는 말은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있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제지…라기보다는 안전을 위해서—”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끊겼다.
“그러니까 제지하신 거네요.” 그 문장은 내 말을 정리해주는 문장이 아니라,
내 말을 다른 의미로 바꾸는 문장이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조사는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문장을 만들어가는 자리라는 걸.
질문은 계속 비슷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때 학생이 울었죠?”
“보호자가 보기에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선생님 입장에서는 교육이었을지 몰라도요.”
나는 계속 설명하려 했고, 경찰은 계속 요약했다.
그 요약은 늘 내가 말한 것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이는데요.”
그 말이 평가라는 걸, 질문이 아니라는 걸, 나는 늦게 알아차렸다.
그 순간부터 내 말은 점점 짧아졌다. 설명은 변명이 되는 것 같았고, 침묵은 인정처럼 느껴졌다.
어느 쪽도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조사 중간에 물을 한 번 마셨다. 컵을 드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 일부러 더 천천히 마셨다. 경찰은 그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다.
“지금 많이 불안해 보이세요.”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곧이어 이런 말이 붙었다. “보통은 불안할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는 그 문장을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아니요’라고 말하면 오히려 더 의심받을 것 같았고, 가만히 있자니 이미 동의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날 조사실에서 가장 많이 한 행동은 대답이 아니라 망설임이었다.
몇 시간쯤 지났을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 않고 쌓였다.
“이 부분은 이렇게 정리할게요.”
경찰이 타이핑한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분명 내가 한 말이긴 한데, 내가 한 말 같지 않았다.
의도는 빠지고, 결과만 남아 있었다. 맥락은 사라지고, 행위만 적혀 있었다.
“수정할 부분 있으면 말씀하세요.”
하지만 그 문장 앞에서 나는 얼어붙었다.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지?
어디부터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조사가 끝났을 때, 경찰은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요. 추가로 연락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무섭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끝났다는 말이 아니라, 끝나지 않았다는 예고처럼 들렸다.
경찰서를 나와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누가 다시 부르지는 않을지,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을지.
아무도 없었다. 그게 더 이상했다. 경찰서를 나서며 휴대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상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나는 아니었다. 차에 타자마자 시동을 걸었는데, 바로 출발하지 못했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지금 집으로 가야 하는지, 학교로 가야 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조사는 끝났는데, 나는 아직 조사실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신발을 벗지 못하고, 가방을 내려놓은 채 멍하니 있었다.
이 공간은 분명 내가 살던 집인데, 그날은 잠시 빌려 쓰는 곳처럼 느껴졌다.
거울을 봤다. 아침에 고르느라 한참 망설였던 그 옷 그대로였다.
겉모습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 안쪽에서 뭔가가 확실히 어긋나 있었다.
‘조사 잘 받고 왔어?’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잘 받은 조사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지나가 버린 뒤였다.
그 날 이후로 확실히 알게 됐다.
혼자 들어간 조사실에서, 나는 나를 충분히 지킬 수 없었다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이 조사 내용보다 더 오래, 더 깊게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