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이라는 말

교실에서 쓰던 단어가 나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by SpecialYOON

시작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경찰조사가 ‘시작될 거라는 통보’부터가 나에게는 조사를 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교육청조사와 지자체 조사를 끝내고 있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요즘 들어 낯선 번호는 늘 불길했다. 다시 심장이 두근 거렸다.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다 전화를 받았다.


“OO경찰서 수사과입니다. OOO 선생님 맞으시죠?”

그 한 문장으로, 세상이 조용해졌다. 아이들 소리도, 교실의 공기도, 전부 멀어졌다.

“아동학대 신고 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진행해야 해서요. 출석 날짜를 잡으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조사’라는 말보다 ‘출석’이라는 단어가 더 날카롭게 꽂혔다.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 가능하신 날짜가 있을까요?”

“가능하면… 빨리 받겠습니다.”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전화를 끊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그저 빨리 끝내고 싶었다. 이 시간을 길게 끌고 가는 게 더 무서웠다. 학교에서 자주 쓰는 출석이라는 말이 원래 이런 어감이었던가?


그 날 이후로, 시간의 감각이 이상해졌다. 하루하루는 너무 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날짜는 너무 빨리 다가왔다. 수업을 하면서도 마음은 늘 다른 데 있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괜히 멈칫했고,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했을 말도 삼켰다.


‘이 말은 괜찮을까.’

‘혹시 또 문제가 될까.’

매 순간마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또 검열했다. 그러면서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언제인지 모를 그때를 늘 후회하고 있었다. 어쩌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후회했을지 모른다.


조사 날짜 전날 밤, 옷장을 열고 한참을 서 있었다. 무엇을 입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무 편한 옷은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됐고, 너무 차려입은 옷은
‘뭔가 숨기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두려웠다. 결국 가장 무난한 옷을 골랐다.

단정하고, 눈에 띄지 않고, 괜히 오해받지 않을 것 같은 옷.


옷을 고르면서도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나는 죄인이 아닌데.. 거울 속의 나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이미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조사실이 먼저 떠올랐다. 경찰은 어떤 얼굴일까. 어떤 질문을 할까. 내 말은 어떻게 기록될까.

머릿속에서 수없이 대답을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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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하면 된다고, 괜히 겁먹지 말자고 되뇌었지만
불안은 자꾸 틈을 비집고 올라왔다. 그래도 변호사는 떠올리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사 한 번이면 끝날 일이라고 믿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 없이 가는 것이 떳떳한 사람의 태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아침이 되자, 몸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너무 긴장하면 오히려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 잠시 현관 앞에 멈춰 섰다. 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서로 향하는 길, 창밖의 풍경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나만 다른 세계로 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지금,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고 있다.


그 문장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아직 조사실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이미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그 아침, 나는 몰랐다. 혼자 가는 이 발걸음이 내 삶에서 가장 순진했던 선택 중 하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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