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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니케 Jun 29. 2023

태국에서 태국인처럼 산다

1# 태국에서 살게 된 이유?

2013 내가 태국에 정착한 이유


처음으로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며, 나를 소개하려 한다. 나는 올해 40대가 된 한국인으로 태국 치앙마이에 거주하고 있는 11년 차 교민이다. 직업은 여행 기획자로 프로젝트 에이전시를 운영하여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에 거주 한지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올해 햇수로 11년 차가 되었고, 30대가 되던 해 한국을 떠나 2013년 초 첫 치앙마이 여행을 한 게 최초의 태국과의 만남이었다. 당시 치앙마이는 날씨도 덥고, 한국 인프라는 거의 없고 직항도 고가의 대한항공이 주 3회 정도밖에 운항하지 않는 그저 여행자들이 2~3일 쉬어가며 라오스를 거쳐가는 큰 임팩트가 없는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치앙마이 윗 지역인 매홍손 주에 위치한 빠이 여행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광고 기획사를 다니던 나는 휴가를 내고 1개월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치앙마이 여행을 시작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고, 조금 더 태국을 알고 싶고 특히나 편안한 치앙마이를 더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태국 치앙마이의 삶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편안함이 있다. 태국인들 그중 특히 북부 치앙마이 사람들이 자주 즐겨 쓰는 단어인 สบาย สบาย 싸바이 싸바이 [편안하게, 릴랙스, Feel easy]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로 북부 지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싸바이 싸바이 매직에 걸려 1개월의 여행은 8개월이 되어서야 끝이 났으며, 결단이 선 나는 한국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태국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2013년 10월 모든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태국에서의 본격적인 30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3 태국 카오산 로드

2023 지금의 나는?


인생에도 사업에도 항상 변수가 많다. 변수란 것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생기는 현상으로 항상 사는 것에 100% 답이 없다는 것도 어렵지 않게 설명을 할 수 있는 단어이다.


어느 날 문득 치앙마이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항상 편안하게 살아오던 치앙마이가 점점 반복된 생활에 따라 스스로의 여유를 가둬둔 채 살아온 것인지 그냥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치앙마이의 삶이 더 이상 여행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외국인으로서 태국에 산다는 건 항상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

사람/문화/사업/비자  

이렇고 저런 작고 큰 문제를 함께 동반해야만 태국에서의 삶도 이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매년 많은 외국인들이 인정하며 지금도 태국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의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더 태국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지향하고자 조금씩 더 나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10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치앙마이에서 만나고, 네이버 카페를 만들고, 태국 사람과 결혼을 하고, 법인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내 여행을 써나가고 있다.


정말 많은 일들을 치앙마이에서 만들어 왔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치앙마이에 있다 보니 조금 더 넓은 태국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더 많은 여행들을 공유하고 싶고, 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쓰는 모든 이야기들은 대부분 태국 현지 로컬을 중점으로 다룰 예정으로, 아직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음식/여행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나는 지금도 태국 중부/남부/북부 여행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내 소중한 태국 와이프와 함께 한 태국 로컬 여행기를 하나씩 기록을 해보려 한다.


치앙마이-람푼 도로
태국 1년에 단 한번 맛볼 수 있는 버섯 [햇텁]


태국 북부지역 치앙마이 람푼 지역에는 특별한 진풍경이 매년 벌어진다. 태국 북부의 특산품인 햇텁을 판매하는데, เห็ดถอบ 햇텁은 태국 북부 지역의 특산품으로 버섯의 일종으로, 매년 5~6월 사이 판매를 하고 있는 정말 맛있고 독특한 특산품이다.

람푼 햇텁 판매처

태국 치앙마이-람푼 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큰 글씨가 쓰인 햇텁 푯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상점이 있으나 제품은 대부분 동일하고, 가격 또한 비슷한 편으로 아무 곳에서나 구매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참고로 햇텁은 모두 자연산으로 양식 재배가 어려운 까다로운 버섯이다.

자연 채취 햇텁
태국 북부의 지역 문제 [화전]


태국 북부에서는 화전 기간이 존재한다. 온 동내 산과 들판을 다 태워 새로운 경작지를 개간하기 위한 태국의 전통 방식이다. 매년 화전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환경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 화전에 관해서는 나중에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 화전으로부터 나오는 보물이 바로 햇텁이다. 햇텁은 산을 태워 만든 양분으로 땅속에서 자라며, 화전이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기 전 채취를 하게 된다. 화전은 건강의 이유와 관광객들이 여행을 피하는 최악의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한편으로 태국 북부 주민들이 1년을 기다리며 화전이 심각하면 그 해 햇텁이 더 맛있고, 많이 시장에 나온다고 말한다.

햇텁을 수확하고 판매가 시작되면 로컬 현지인들에겐 중요한 사업 수단이 된다. 버섯 자체가 고가에 거래가 되므로 햇텁이 채취되는 몇 개월 간 수많은 태국인들이 햇텁을 채취하기 위해 산으로 모여든다. 국립공원 등에서의 채취는 현지에서도 불법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립공원을 단속하는 직원들에게 일종의 입장료(소정의 금액)만 주면 어렵지 않게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치앙다오 국립공원 태국에서 2번째로 큰 산
2019 치앙다오 고산족에게 햇텁을 구매하는 태국 와이프

약 4년 전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치앙마이에서 1시간 30분가량 떨어진 치앙다오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치앙다오 산에서 햇텁을 채취해서 돌아가던 고산족 주민을 만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금액에 햇텁을 구매했었다. 300밧 한화 약 11,000원에 2킬로가 넘는 양을 구매했는데 현지 정상적인 시세로는 거의 6-7배 정도 저렴한 금액이었다. 햇텁을 구매하고 로또가 터졌다며 기뻐하던 와이프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자연산으로만 채취를 할 수 있다 보니 가격도 꽤 비싼 편에 속한다. 매년 5월-6월 나오는 햇텁은 1킬로 500밧부터 1,000밧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또한 신선도에 따라 다시 한번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평균 500~600밧대에 거래가격이 정해지며 1킬로 가격이 현지에선 비싼 금액이다 보니 대부분 거래를 리터라는 단위로 200-300밧 선에 거래되고 있다.


보통 햇텁은 컵 단위로 판매를 한다. 작은컵은 200g 정도 큰컵은 400-500g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며, 버섯은 능릿 (1L) 약 250~300g 한화 약 11,000원 바트에 판매되고 있다. 물론 1kg 단위가 아닌 컵 단위로 약 200-300g 정도 담아 판매를 한다. 태국의 물가 수준으로 본다면 꽤나 고가의 상품이며, 현지 돼지고기보다 비싸고 해산물이 비싼 치앙마이에서 새우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현지 물가를 알기 쉽도록 일부 제품 물가를 비교해 본다.

돼지고기 생삼겹살 1kg 200밧
닭고기 생닭 1kg 70밧
깐 마늘 1kg 70밧
쪽파 1kg 40밧
망고스틴 1kg 40밧
햇텁의 신선도에 따른 분류
햇텁의 신선도에 따른 분류

สีขาว นุ่ม ฉ่ำ สุดฟิน [씨카우 눔 참쏫핀] 하얀색 가장 부드럽고 육즙이 많은 신선한 상태

버섯의 가장 맛있는 단계이다. 겉껍질이 연하고 속은 마치 크림처럼 부드럽다. 톡톡 터지는 맛이 일품이고, 가장 맛있고 가격 또한 가장 비싼 상급이다.


สีน้ำตาลอ่อน นุ่ม และ ชุ่มชื้น[씨남딴언 눔래춤춘] 연한 갈색 부드럽고 촉촉한 상태

어린 버섯에서 며칠 더 자라면 속이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껍질에 살짝 식감이 생기며 버섯의 속 내용물 맛도 조금씩 달라지게 되지만, 이때도 굉장히 맛이 좋다.


สีน้ำตา แข็ง แต่ยังชุ่มชื้น [씨남딴 캥 때와 춤춘] 갈색 뻣뻣한 식감 조금 촉촉한 상태

너이와이 와운에서 1주일 정도 더 자라면 내용물이 거의 검은색 비슷하게 변한다. 껍질은 질기고 내용물 식감도 퍽퍽하고 나무맛 비슷한 맛이 나게 되며, 맛도 향도 좋지 않게 변한다.


สีดำ แข็ง และ แห้ง [씨담 캥 래 행] 검은색 단단하고 건조한 상태

먹을 수 없는 수준의 버섯이 된다. 소금을 넣고 아주 오래 끓여서 껍데기가 야들 야들 해지면 그나마 먹을만한 수준으로 상품 가치성이 거의 없다.

상품 가치가 완전하게 사라진 오래 된 햇텁
고향에 계신 태국 와이프의 할머니 쿤 야이

태국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양심이 없거나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지식이 없는 상인을 만나면 수확한 지 시간이 지나 안쪽이 모두 나무 결정처럼 변해버린 검은색 제품을 구매할 확률도 있다. 얼마 전 태국 와이프가 태국의 지방선거 투표를 하러 고향인 팡 지역을 다녀오면서 치앙다오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할머니에게 선물로 사다 드렸는데, 안이 모두 까맣게 변해버린 정말 맛없는 햇텁을 사다 드려 굉장히 아쉬워한 일이 있었다.

2023 람푼에서 구매한 햇텁

이번에 구매한 햇텁은 굉장히 품질이 좋았다. 정말 좋은 제품은 손으로만 만져봐도 질감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이렇게 최고의 품질의 햇텁은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버섯 본연의 가장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삶아서 먹는다. 일부 음식은 강한 태국 향신료를 넣어서 볶아서도 먹지만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햇텁은 삶아서 먹는 게 제일 이였다.

가장 좋은 상태의 햇텁이다. 식감은 꼬독하며, 속은 부드럽다. 맛을 비교할만한 제품이 없다 보니 글로 설명하기에 한계를 느낀다. 치앙마이를 여행 한다면, 그리고 4-5월 경 북부 지역을 여행한다면 꼭 맛을 보길 권한다. 아마도 한번 경험하면, 1년에 한 번 반드시 햇텁을 다시 찾으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찹쌀밥과 함께 먹으며, 남프릭이라는 태국의 소스에 찍어서도 먹고, 술안주로도 즐겨 찾는다.

햇텁으로 차린 태국 북부 전통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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