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무런 죄가 없다
나의 어깨야,
나의 연약하고 작은 어깨야.
나는 너에게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너는 아무런 죄가 없어.
삐뚤빼뚤
서투른 걸음마로
세상을 배워가던,
너의 그 작고 연약한 어깨에
잠시
바람이 불고
장마비가 휘몰아치고
진눈깨비가 흩날렸을 뿐,
너는 아무런 죄가 없어.
힘든 오늘 하루,
딱 하루만
더 잘 버텨보자고
두 손 꼭 쥐고
간절한 마음으로
주문을 읊조려보지만,
자꾸자꾸 움츠러들어
한 겹 한 겹
기왓장처럼 무거워져선,
어느새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나의 어깨야,
너는 아무런 죄가 없다.
너는 원래
내 몸의 가장 높은 곳에
첨탑처럼 서서,
이 세계의 큰 이상과
꿈을 품고
태어난 존재였지.
너의 태초의 기억은
올곧은 뼈와 근육,
그리고 하늘 높은 기개였을 뿐,
너는 아무런 죄가 없다.
부딪치고, 깨지고,
상처입고,
피가 스멀스멀 베어 나오는,
헛발투성이 세상 속에서
실수와 자책의
그 긴 고백의 시간들이
너를 더욱 작고
초라하게 했을 뿐,
너는 아무런 죄가 없어.
너의 웃음이
바람의 결을 닮고,
너의 꿈이
하늘의 별을 닮았을 때
너는,
그 작은 어깨를
팔랑거리며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녔지.
초록의 풀꽃이
자라는 소리를 들으며
해질녘까지
스르륵 잠이 들었어.
하지만
두 발로 단단히 버틴 네가
마주한,
이 거친 세상은
이제
여린 풀꽃 대신,
별의 노래 대신,
현실의
냉혹하고 차가운 것들로
가득하구나.
나의 어깨야,
나의 연약하고 작은 어깨야.
너는 아무런 죄가 없어.
의무와 명령과
규칙과 위선이 가득한,
가혹한 이 세상이
단지,
너에게 유죄를 선고했을 뿐,
너는 아무런 죄가 없어.
그러니
오늘은,
움츠러든 너의 두 어깨를
서서히 활짝 펴고,
고개 들어
눈부신 푸른 하늘을 보라.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꿈꾸듯 걸어라.
그리고,
지구 저 편까지 닿게
가장 환하게 미소 지어라.
왜냐하면
너는 아무런 죄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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