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죽음에 관한 단상

어느 계절의 하루를 걸으며..

by 별빛 은주


어느 가을 하루를

걷습니다.


계절은
발끝까지 내려 앉아,
찬란한 가을이
땅 위에 수북합니다.

늘 계절이 깊어지면
가파른 시간따라,
그저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닙니다.

눈매가 깊어지고,
애써 감춘 마음의 결도
더 깊고

더 선명해짐을 느낍니다.

찰나의 계절이
봉숭아처럼

손끝에 발끝에
온 몸에 물들다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살아왔던
빛바랜 시간의 의미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의
막막한 의미도
조금은 알아지는 것 같습니다.


거울 앞에 선
지금의 나의 모습이
아주 썩 마음에 들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 숨쉰다는 것은,
오늘 하루도
그저 무탈히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내 삶의 고요한 평화요,
내 삶의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살아있음'
그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는 것은,

오직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대적인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즈음입니다.

그리고 참,
그 어느 날
죽음이란 녀석이
내 곁을

슬며시 찾아온다면,

아마 다른 건 몰라도,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들은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것이

분명합니다.

문득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한 의미는
이러한 따뜻하고 소소한 것들의
마음 깊은 곳의

축적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어느 가을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