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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전국 일주 - 1일차

서울 to 영광 475km

by 김수인

#오토바이전국일주 1일차 시작이다.

경기도 고양시가 출발점이고 서해-남해-동해를 돌아서 다시 원점 회귀를 하는, 대한민국을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일정이다.

주요 도시를 크게 크게 찍어서 경로가 단순하게 표현됐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해안가 섬 구석구석까지 들어가 볼 예정이다. 위 지도 경로 상으로는 대략 2000km 가 나온다. (여행을 마친 현재, 실제로는 2520km 를 달렸다) 참고로 위 루트를 오토바이 라이더 사이에서 #루트777 이라고 불린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번 전국 투어를 맡아줄 나의 바이크, #베스파 #LX125

125cc 오토바이로 전국 일주를 해봤다는 포스팅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겨우 50cc인 혼다 줌머로도 장거리를 뛰어봤기 때문에 베스파는 당연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뭐, 해외도 아니고,, 중간에 퍼지면 오토바이 수리점에 끌고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핸드폰으로 네비를 보며 달려야 한다. 보통은 오토바이 사이드미러나 계기판 부근에 핸드폰 거치대를 달아서 핸드폰을 오픈형으로 달아놓고 사용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베스파는 차체 진동이 심해서 아이폰을 거치대에 달면 카메라 센서가 망가진다는 경험담을 들었기에, 거치대 대신 파우치 형태의 주머니를 달았다. 위치가 낮고 PP 비닐에 한 겹 가려져서 가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이 이상의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반면 정점으로는 파우치에 보조배터리와 충전기 등 핸드폰 관련 장비들을 모두 수납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오토바이핸드폰거치파우치


그리고 오토바이 뒤쪽으로는 캠핑용 박스를 달았다. 알파문구에서 구입한 두꺼운 케이블 타이를 30개 정도 사용해서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박스 안에는 텐트, 깔개, 에어매트, 캠핑의자, 코펠, 버너, 부탄가스, 옷 가방을 실었다. 또 눈에 잘 띄는 주황형광 색상의 벨트형 벤딩 끈도 미리 준비를 해서 짐을 고정시켰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첫 번째 목적지인 대천해수욕장을 향해 핸들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

안산을 지날 때 발견한 #수인로 내 이름과 동일한 도로명이 있었다니 ㅎㅎ 심지어 영문 스펠링도 같다. 반가워서 오토바이를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지난 유럽 여행에서 살을 너무 많이 태웠기 때문에 이번엔 철저하게 가렸다. ㅎㅎ

한 시간 반 정도 달렸을까? 겨우 수도권을 벗어났고 로또 명당 간판이 걸린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첫날엔 그저 신나서 오토바이 속도를 최대로 당기고 한참을 달렸었다.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무더웠던 날씨였기에 자칫 오토바이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걸 며칠 더 달린 후에 뒤늦게 알아차렸다;; 다시 생각해도 견뎌준 내 베스파에 고맙다.

드디어 첫 목적지 #대천해수욕장 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리다. 안 그래도 별로 이쁘지가 않은 서해바다인데,, 날씨도 흐리니 더 아쉽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 서해 라인이었다. 해안선을 따라서 완벽하게 일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서해 가장 윗부분인 인천 월미도부터 쭉 타고 내려올까 했었지만, 서해바다가 볼품이 없는 만큼 일주 도로 역시 잘 갖춰져 있지가 않다. 그래서 효율을 따져서 과감히 인천부터 대천까지의 바다는 스킵 했다. 굿초이스.

#춘장대

동해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서해 뻘 바다는 익숙지가 않다;; 뭔가 찜찜하고 답답하다;;

#장자도 #호떡마을 처음으로 섬에 들어갔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 이쁜 섬들이 많겠지만 내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가 않다;; 그래서 섬은 연륙교로 연결된 섬들만 가기로 정했다. (나중에 여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 서해, 남해 연륙교 중에는 오토바이 진입이 불가한 대교들도 꽤 있다)

첫날 경험한 시행착오 중 하나인 식사. 오토바이에 가만히 앉아서 손목만 돌리는 게 에너지 소모의 전부다. 그래서 배가 더디게 꺼진다. 경치 구경하며 무념무상으로 달리다 보면 식당이 없는 황량한 국도 중간에서 허기를 느낀다. 그럼 이렇게 초라한 식사를 해야 한다ㅋ

이날 난생처음 본 #새만금방조제 위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이 김밥을 사먹었다. 초딩시절 사회교과서에서 배웠던 새만금방조제를 실제로 가보니 그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랐다. 이 정도 규모의 간척지라면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견학으로 한 번쯤 와볼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엄청난 넓이의 바다를 바위와 흙과 폐선박으로 막고 메꿔서 농사짓고 공장을 세우는 땅으로 만든 과정은 직접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게 맞다.

군산의 위도항. 서해쪽 방파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의 선착시설이 보인다. 조수간만 차가 심하기 때문에 부표형으로 만들었고 차량도 오갈 수 있을 만큼 크기가 크다. 현수교나 도개교 처럼 생겼다. 저런 형태의 선착시설을 근대사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일제강점기 시절, 전라도 곡창지대의 곡물이 수탈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즉 저 형태의 선착시설은 일제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뼈아픈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1일차 목적지인 전남 영광에 도착했다. 우선 잠잘 곳(=텐트칠 곳)을 찾아야한다. 영광군 백수면 해안도로를 30분 정도 돌며 장소를 물색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데크로 산책로가 보인다. 중간중간 넓은 전망대 구간이 있어서 그 공간에 텐트를 치기로 정했다. 그럼 이제 읍내로 나가서 샤워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목욕탕을 찾아갔는데 데스크에 주인이 없다. 씻고 나올 때 까지도 없어서 결국 계좌이체를 했다. 데스크에 남겨진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핸드폰 진동은 주인없는 데스크 위에서 울렸다ㅋ

영광 선창엔 굴비가 자동적으로 따라오듯이 영광은 굴비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래서 읍내 밥집은 죄다 굴비 정식 한상차림 식당이다. 혼밥을 할 수 없는 식당이란 얘기. 가장 무난한 중국집을 찾아가서 볶음밥을 먹었다. 다른 손님들은 전부 전복해물짬뽕을 먹는다. 하지만 나는 땀이 많아서 짬뽕을 먹으면 조금 전에 나온 목욕탕에 다시 가서 샤워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ㅋ

#백수해안도로 에 다시 왔을 땐 노을이 지고 있었다. 역시 눈에 보이는 것 만큼 사진에 담기지가 않는다.

백수해안도로는 차량 통행도 많고 관리인이 따로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텐트를 쳤다가는 한밤중에 철거 명령을 받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결국 삼십분을 더 헤맨 후에 잠자리를 찾았다.

사람 뿐만 아니라 차량이 1도 지나지 않는 한적한 도로변 공터에 텐트를 쳤다. 텐트를 사고서 캠핑장에서 연습 피칭을 딱 한번 해봤기 때문에 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바닥이 딱딱해서 팩을 박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고생 쪼금 해가면서 텐트를 친 뒤, 헬리녹스 의자를 펼쳐 앉아서 하늘을 바라봤다. 수백개 별이 쏟아진다.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와 꿀꽈배기를 먹으며 한 시간 넘게 별 구경을 했다. 소주에 취하고 바닷바람에 취하고 밤하늘 별 소나기에 취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황홀한 밤을 보냈다.ㅎ

오토바이 투어 첫날은 이렇게 우당탕탕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무리.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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