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되게 오랜만에 편지 쓴다! 항상 다툼이 잦아도 그 순간에도 엄마가 날 사랑한다 굳게 믿고 있어. 그렇지? 요즘 우리 더 많이 싸워도 10배는 더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엄마. 내가 너무했나, 사과할까? 매일 싸울때마다 생각하지만 용기가 안 나 편지로 내 맘을 전하려 해. 엄마도 학교갔다 집에와도 난장판. 정말 힘들었겠다. 내가 오늘 많이 미안해.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나도 부끄럽지만 우리, 많이 성장할 수 있겠지?
항상 미안하고 사랑해! 우리 엄마이자, 귀한 딸. 우리 엄마. 사랑해! -설빈-
딸이 써 두고 내게 주지는 않았지만,
딸의 방을 청소하다가 서랍 속에서 발견한, 나를 향한 편지이다.
편지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편지를 쓴 아이가 고작 열 살이 맞나?
그리고 나는 고작 10살인 딸아이와 왜 죽자고 싸우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내가 싸우는 이유는 아주 사소하다.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 등을 먹고 쇼파 틈새에, 바닥에, 식탁 위에, 책상 밑에
여기저기 다 쏟아놓고 한 번도 쓰레기통에 버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10살과 12살.
어려서부터 어린이집에서도 배웠을텐데 한 번도 제손으로 실천한 적이 없다.
그리고 퇴근 후에 온 집안에 흩어진 쓰레기 더미를 볼 때 내 마음은
아무리 꾹꾹 눌러담아도 결국엔 그 분노가 터져버리고 만다.
나는 아직도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은지 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그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에 아직도 대치중이다. 어떻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는 습관을 길러줄 수가 있을까. 난제 중에 가장 큰 난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