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년퇴직, 할 수 있을까?(1부)
- 위도, 아래도 갈 곳 없는 방랑자 -
어제는 여름방학을 맞아
방학마다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브런치 모임을 했다.
내가 발령 받은지 3년이 채 안 된 병아리 시절,
같은 고등학교에서 매일 밤 11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서 잠만 겨우 자고
퀭한 눈으로 출근하기를 반복하던 시절.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찐동료이자 언니들이다.
이젠 교직 경험도 모두 15년 차가 넘어가고...
나이는 마흔이 넘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며 육아고민도 나누고...
교직 생활의 난감함과 궁금증들을 함께 공유하는데...
요즘 만날 때마다 늘 화두는 이것이다.
'우리, 정년퇴직...할 수 있을까?'
경력있는 40대.
한창 일할 나이.
한창 일을 잘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우리는 이쯤 되면 각자 노선을 정해야 한다.
1. 장학사-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코스?
2. 평교사로 쭈~욱 가는 코스?
1번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당하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인데,
가르치는 일로는 승진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
(수석교사 제도도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가는 듯.)
가르치는 일에서 행정가가 되는 것이 '승진'인데,
나는 정확한 공문처리가 어려운 사람이고
더구나 승진을 위한 '정치'는 전혀 못하는 사람인지라...
1번은 아무래도 패스이다.
그럼 2번은 가능할까?
작년 중3 담임을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아이들은 아무래도 젊은 선생님을 좋아한다.
싱싱하고 눈에 띄게 멋진 젊은이들은
능력도 출중하지만 그들의 외모만으로도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도 한때는 그랬더랬었는데...ㅠㅠ)
그리고 나이를 쭈~욱 먹어가면서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다.
또한 해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늘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평교사의 일상은
상상 이상의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아래로는 능력이 출중하고 인기많은 젊은 교사들,
위로는 이미 자신의 고지를 점령한 관리자들을 보며
우리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어디인지를
자꾸만 고민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고
육아와 승진의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동시에 정치도 잘하는...
그렇게 재바른 내가 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그럼
십년 후, 나이 50쯤 되었을 때
발령동기가 관리자(교감, 교장)로 근무하는 학교에
내가 평교사로 재직한다면,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은 할 수 있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 이도 저도 어렵다.
셋은 모두가 다 각자의 노선을 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중이다.
우리, 모두 정년퇴직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