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나

by 이령 박천순


겨울 아침

사람을 벗어놓은 수목원은

가뿐해 보인다

빛축제로 잠 못 이룬 밤을 건너

아침잠이라도 들었는지

그야말로 아침고요다


네 딸 거느린 83세 엄마

천천히 걷는다

양지쪽 걸음이 가볍기까지 하다

천년향나무 자태에 감탄하시고

조그만 소원탑에 돌 하나 얹으신다


항아리 뚜껑에 놓인 작은 돌의 의미가

장 담은 햇수라 말하는 셋째

맞다 맞다 동조해 주시는 엄마

툇마루에 앉은 다섯 모녀에게

겨울 햇살이 몽땅 쏟아지고 있다


20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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