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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Oct 26. 2024

단순하게

단순하게 / 박천순


사막 한 귀퉁이에 서 있어도
우주 가득 예수님 얼굴이 서려있는데

내 눈은 어두워
예수님 목덜미를 밟고도 모르고
그분의 어깨를 딛고 서서
말다툼도 한다

와~ 여기 푸른 나무가 있네

때때로 그분의 머리 아래
잠시 쉬기도 하는데

구름이 아직 당도하지 않은 메마른 땅
바람이 곁에 와준다면
짧은 듯 긴 시간 머무르다가 문득

세상의 고요가 모두 내게로 몰려든 듯 적막할 때
무겁게 끌고 온 두 다리
그만 여기 묻을까
고민도 하다가

이 별에서의 나의 여정
그분께 맡기고
너무 긴 생각은 내려놓고
그분의 머리카락 사이
비밀 한 조각 묻어놓고 일어선다

구름 그림자 이정표 삼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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