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by 이령 박천순

비 온 뒤


계곡 물소리 속으로 들어가
야생의 길을 오르고 올라
구름의 속살을 만진다

말랑말랑한 살결에
돋아난 씨앗들
구름은 씨방을 터뜨려
온 산에 뿌린다
안개가 숲에 내려앉는다

풀과 꽃 사이
나무와 나 사이 경계가 사라지고
시각보다 후각이 민감해지는 시간

젖은 산 내음 먹고
몸에서 풀물이 흐르는 자리
나비 한 마리 오랫동안 앉아 있다

보이지 않을 때
마음속 기도는 더 짙어진다


ㅡ시집 [싯딤 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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