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이요'가 '베이글'에게!

누군가의 “생각없는 생각”

by 지저귐

개의 욕심과 인간 욕구의 차이



'뻥이요'라는 과자, 아시죠?


아주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한 번 입에 넣으면 계속 먹게 되는 그 과자 말입니다.


어느 날, 장을 보는 김에 '뻥이요'도 한 봉지 사왔습니다.


티브이를 보며 먹을 심산으로 소파 위에 던져놓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우리 집 요 녀석이 어느새 먼저 차지하고 있더군요. '뻥' 자 위에 덥석 앞발을 올려놓은 채 말이죠.



내놓으라고 하니 신경질을 부립니다.


이 개, 이때부터 '뻥이요'가 자기 거라고 우기기 시작했습니다.


'뻥이요' 글자를 꾹 누르면서 당최 비켜나질 않았습니다.



내용물이 뭔지나 알고 저러는지... 냄새도 제 취향이 아닐텐데?


뻥이요에 대한 이 개의 집착은 계속됐습니다.


자기 손아귀, 아니 '발아귀'에서 뺏어내려 할수록 이 개의 '물욕'도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물욕은 이내 으르렁거림으로까지 이어지졌습니다.



평소 엄청 얌전하고 착한 개인데 탐욕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어지간하면 물러날 법 한데 도무지 포기하지 않더군요.


한동안의 실랑이가 이어지다가 문득, 저 또한 '물욕'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인간인 저의 물욕은 저 개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퍼져갔습니다.



유독 '뻥이요' 세 글자 위에서 앞발을 떼지 않는 이 개.


'혹시 이 녀석이 나에게 무언가를 암시하기 위해 이러는 건 아닐까? 인간은 미처 알아내지 못하는 걸 동물적 감각으로 인지해서 내게 말해주고자 하는 건 아닐까?'


이 개로부터 간신히 '뻥이요'를 회수하고 나서 봉투 표기를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가 '서울식품'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그렇습니다. 서울식품 주식을 샀습니다.


그때는 이 개의 예지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개의 예지력은 입증됐을까요?


주식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현재 이 종목 상태를 보시면 잘 알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이 녀석의 그때 예지력이 '뻥'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아니면 예지력이고 뭐고 그냥 식탐이었든지요.


그리고 돈에 대한 저의 욕심도... 그냥 개나 줘버릴걸.


뻥이 아니라 몇 년 전에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오래전 일이 이렇게 문득 떠오른 건, 최근 온라인에서 하루 기사들을 훑어보다가 아래 사진 한 장을 발견하면서입니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사진인데도, 반려견이 뻥이요를 움켜쥐고, 그걸 본 저는 주식을 사고 어쩌고 한 에피소드가 저도 모르게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뻥이요 에피소드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인데도 말입니다.


책방 '토닥토닥' 제공, 동아일보 보도 사진 캡처


표지에 글씨가 굵게 적혀 있는 책 한 권의 표지 사진이었습니다.


'고인의 이름은 정효원.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꿈을 짓밟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책임을 회피하지 마라. 산재신청이 부도덕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부도덕한 것이다.'


그리고 책 표지 맨 아래에 적힌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료! 생각 없이 회사 운영하지 마


런던베이글뮤지엄, 이른바 '런베뮤'에서 발생한 젊은 노동자의 과로사 논란에 대해 '독립서점들의 조용한 추모와 항의'에 대한 기사 속 사진이었습니다.


전국 여러 지역의 독립서점들이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가 쓴 책을 전국 각지의 독립서점들이 '산재 코너'로 옮겨 진열하면서 사건을 이슈화하고 런베뮤 측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런베뮤 창업자인 이효정 씨, 필명 '필로소피 료'가 쓴 이 책 제목은 <료의 생각 없는 생각>입니다.


전주의 토닥토닥이라는 책방이 이 제목을 빗대 겉표지에 '료! 생강 없이 회사 운영하지 마'라는 항의 글을 써서 별도로 진열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이 정리된 기사가 연결되는 큐알코드와 함께 말이죠.


제주에 있는 소리소문이라는 책방도 이 책을 '산재/중대재해처벌법' 코너에 별도로 진열했습니다. 책 아래에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산재를 인정하고 상식적인 대처를 할 때까지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은 산재 코너에 박제해 놓겠다.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항의와 추모의 글도 달았습니다.


한겨레 신문 보도 사진 캡처


런베뮤의 성공과 80시간... 그리고 죽음


2025년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 직원 숙소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26살 정효원 씨의 사망 사실은 한 달이 넘게 지나서야 공론화됐습니다.


정 씨가 목숨을 잃기 전까지의 충격적인 근무 시간이 알려지면서죠.


입사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던 정 씨는 사망 직전 3개월 동안 매주 평균 60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숨지기 1주일 전에는 주 80시간이 넘기도 했고, 사망 5일 전에는 하루 21시간 일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핀 건 런베뮤 측의 태도였습니다.


유족이 산업재해를 신청했는데 사측은 산재가 아니라면서 "산재 청구는 부도덕한 일이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신청 자체를 막으려 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이후 추가로 확인된 '런베뮤 근로 여건'과 관련한 통계는 성공 신화에만 관심이 맞춰졌던 런베뮤의 이면,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런베뮤의 창의적 마케팅과 경영 기법, 매출 증대, 지점 수 증가, 거액의 매각과 인수 등 화려한 성공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던 3년 동안, 런베뮤 안에서는 사고에 의한 산업 재해가 60건 넘게 발생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자료가 확인된 겁니다.


경향신문 보도 사진 캡처



돈을 향한 생각


저는 처음엔 런베뮤가 영국 프랜차이즈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름도 그랬거니와 매장 분위기가 꼭 런던에 온 것 같으니까요.


출입문 앞에 늘어선 젊은 소비자들의 행렬이 길어질 수록, 런베뮤의 매출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베이글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였는지, 2025년 8월 런베뮤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 파트너스에게 무려 2천억 원의 몸값으로 인수되기에 이릅니다.


창업자 료, 이효정 씨는 거액에 회사를 넘긴 이후에도 런베뮤의 총괄 에디터로 남아 실질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료는 자신의 경험과 사업 철학, 런베뮤 창업과 성공 과정 등을 담은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출간하고 자신의 글과 그림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전시회까지 개최하면서 일부 젊은 층에겐 '롤모델'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런베뮤가 무려 2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사모펀드 업체에 인수되던 시점은 매주 60시간 이상을 근무하던 고 정효원씨가 세상을 떠난 직후입니다. 런베뮤 측은 인수할 업체 쪽에 '정 씨의 유족과 잘 해결했다'고 무마하며 인수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창업자 료가 자신의 성공담, '료 생각 없는 생각'을 출간한 6월 16일은 정효원 씨가 숨지기 딱 한 달 전입니다. 효원 씨의 노동 시간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죠.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돈을 향해 질주하고 돈을 쥐려 안간힘을 씁니다.


우리가 이러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시대에 돈 벌기는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더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꼭 도덕적인 가치로만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정효원 씨의 안타까운 죽음과 런베뮤 측의 무책임한 대응이 논란으로 불거진 후, 런베뮤의 매출도 적잖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런베뮤를 인수한 JKL파트너스에게 600억 원의 인수 자금을 출자하기로 한 고용노동부 산하 산재보험기금이 이번 논란 이후 출자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을 우선하지 않으면 돈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돈을 향해 질주하는 이 시대에서는, 오히려 사람을 우선하는 게 수익성을 높이는 더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