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

2화: 뼈를 깎는 변신

by 정이


AI 이미지 Gemini

리턴 센터의 로비는 지나치게 깨끗해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졌다. 말자는 딸 지윤의 손을 꼭 잡은 채 거대한 원통형 기계 앞에 섰다. 그것이 바로 말자의 남은 생과 1억 원을 통째로 삼켜버릴 ‘리턴 캡슐’이었다.
​“준비됐어, 엄마? 지금이라도 마음 바뀌면...”
​지윤의 물음에 말자는 대답 대신 품에 안은 낡은 웨딩드레스 화보집을 더 꽉 쥐었다. 그 안의 빛바랜 사진 속 여자는 스무 살의 말자였다. 가난 때문에 남의 집 일을 전전하며, 단 한 번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보지 못한 채 늙어버린 그 여자.
​“... 간다. 가서, 이번에는 정말로 처음처럼 살아보련다.”
​말자가 캡슐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류마티스로 부어오른 등줄기에 닿았다. 육중한 캡슐 문이 닫히자 외부의 소음은 완벽히 차단되었다. 이제 안방에서 들려오던 남편의 가래 끓는 소리도, 거실에서 울려 퍼지던 아들의 악에 받친 고함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기계가 내뱉는 낮은 진동음만이 공기를 채웠다.
​[리턴 프로세스를 시작합니다. 골격 재배치 및 세포 역행에 따른 극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기계의 경고문은 서늘했다. 말자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YES' 버튼을 눌렀다.
​순간, 온몸의 뼈가 마디마디 부러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류마티스로 뒤틀렸던 손가락 관절이 강제로 펴지고, 굽었던 척추가 비명을 지르며 곧게 솟아올랐다. 그것은 단순히 젊어지는 과정이 아니었다. 지난 40년간 가족을 위해 굽히고, 참고, 견뎌왔던 ‘엄마의 시간’을 강제로 찢어발기는 고통이었다. 말자는 고통 속에서 환영을 보았다. 빨래 더미에 파묻힌 젊은 날의 자신, 아들의 등록금을 위해 결혼반지를 팔던 날의 눈물, 그리고 단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순백의 웨딩드레스.
​‘정말로 젊음을 택할 것인가?’
​기계의 인공지능이 묻는 것인지, 말자 스스로 묻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 젊음을 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피부가 팽팽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누워 있는 남편을 외면하고, 무능한 아들을 버리고, 오직 ‘나’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잔혹한 선언이었다.
​“... 그래. 택한다. 택하고 말고.”
​말자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이 극에 달한 순간, 캡슐 안을 가득 채웠던 푸른빛이 점차 하얗게 변하며 말자의 시야를 덮었다. 70년 동안 말자를 짓눌렀던 육체의 무게가 공기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치익, 하는 압력 빠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의 문이 열렸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 밖으로 나온 것은 류마티스로 굽은 손을 가진 노인이 아니었다. 매끄러운 피부와 단단한 근육, 그리고 생기가 도는 눈동자를 가진 스무 살의 여자가 거기 서 있었다.
​말자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낡은 화보집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 여자보다 훨씬 더 빛나는 진짜 ‘내’가 거기 있었다. 말자는 거울 속에 비친 낯선 여자를 향해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그 미소는 딸에게 보내는 안부도, 가족에게 보내는 사과도 아니었다.
​오직 자신을 향한 축복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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