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또각, 나의 첫 번째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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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의 육중한 유리문이 열리자, 계절을 알 수 없는 선선한 바람이 말자의 뺨을 스쳤다. 하지만 말자가 가장 먼저 감각한 것은 바람도, 쏟아지는 햇살도 아니었다.
발바닥에서부터 뇌를 타고 흐르는 '경쾌한 충격음'이었다.
‘또각.’
딸 지윤이 내밀었던 쇼핑백 속에서 갓 꺼낸, 가죽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검은색 펌프스. 평생 발볼이 넓어지고 뼈가 튀어나와 헐렁한 운동화만 끌고 다니던 말자에게, 발등을 단단하게 죄어오는 이 감각은 생소하다 못해 짜릿했다.
‘또각, 또각.’
대리석 바닥을 울리는 그 소리는 마치 타인이 내는 소리 같았다. 말자는 멈춰 서서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류마티스로 뒤틀려 마디마디가 불거졌던 손가락처럼 흉측했던 발가락들은 간데없었다. 매끄럽고 하얀 발등이 구두의 부드러운 곡선 속에 완벽하게 숨어 있었다.
“엄마, 걸을 수 있겠어? 너무 높지 않아?”
옆에서 부축하려던 지윤의 손을 말자가 가볍게 밀어냈다. 말자는 허리를 곧게 폈다. 평생 누군가의 수발을 들기 위해 기어이 굽혔던 허리가, 이제는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 올라가 있었다. 시야가 높아지자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늘 사람들의 허리춤이나 바닥만 보며 걷던 말자의 눈에, 이제는 푸른 가로수 잎사귀와 저 멀리 빌딩 숲의 꼭대기가 보였다.
“아니. 아주 좋다. 꼭... 땅 위를 떠서 걷는 것 같아.”
말자는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새 구두의 딱딱한 뒷굽이 지면과 충돌할 때마다 말자의 심장도 기분 좋게 요동쳤다. 그것은 지난 70년의 세월을 짓밟고 일어서는 승리의 소리였고, 앞으로 펼쳐질 20살 인생의 서막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센터 앞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말자를 보며 ‘할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길을 지나가는 예쁜 아가씨를 보듯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혹은 찰나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말자는 지윤이 불러준 택시 앞에 섰다.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가자. 네가 말한 그곳으로.”
“ 어디 내가 말한 그 오피스텔?”
“응”
-다음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