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 : 얼음 가득한 해방, 그리고 비밀 작전
AI 이미지 Gemini
오피스텔로 향하는 길, 말자는 홀린 듯 통유리로 된 카페 앞에 멈춰 섰다. 예전 같으면 "돈 아깝게 이런 걸 사 먹니"라고 지윤을 나무랐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말자는 딸의 손을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 주문 도와드릴까요?"
카운터 직원의 말에 말자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 '학생'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말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또박또박하게 주문했다.
"제일 차가운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2 잔 주세요. 테이크아웃으로요."
손끝에 전해지는 플라스틱 컵의 서늘한 감촉. 빨대를 타고 올라온 쓴맛 섞인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70년 동안 가슴 속에 맺혀있던 뜨거운 응어리가 단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말자는 아메리카노를 든 채 지윤과 나란히 걸으며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윤이 마련해 준 오피스텔은 햇살이 잘 드는 남향이었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말자는 통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며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엄마, 이제 진짜 시작이야. 여기서 제일 먼저 뭐 하고 싶어?"
지윤의 물음에 말자는 얼음을 아작 깨물며 대답했다.
"나... 일단은 알바부터 시작해 보련다. 내 손으로 벌어서 내 공부 하고 싶어. 스무 살인데 대학은 가봐야지 않겠니? 남들 다 하는 캠퍼스 생활도 해보고,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도 다녀보고 싶어."
말자의 눈이 반짝였다. 단순히 젊어진 것에 만족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윤아. 나중에는 진짜 나를 '나'로만 봐주는 좋은 사람도 만나보고 싶어. 누구의 엄마도, 부인도 아닌 그냥 '말자' 그 자체를 사랑해 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다음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