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예고 없이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by 정이

2025년의 마지막 날이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 직전인 오늘, 나는 생각지도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을 받았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전 9시,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나는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하루 3시간 동안 재택근무를 한다. 이 3시간은 나에게 단순한 노동의 시간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며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다.
​재택근무라고 해서 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사이트 오류가 발생해 출퇴근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책임지기 위해 매일 성실히 자리를 지켰다.
​사실 이번 달은 내심 걱정이 앞서는 시기였다.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될지, 아니면 이곳에 더 머물게 될지는 회사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나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불안함은 더 컸다. 만약 회사가 다른 선택을 하여 내가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면, 새로운 회사에서 면접을 다시 봐야 한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오늘 오전, 장애인 일자리 연결 기관을 통해 뜻밖의 연락이 왔다. 감사하게도 회사 측에서 나를 선택해 1년 더 함께 일하자는 의사를 전해온 것이다.
​순간 멍해졌다. 이미 지나가 버린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뒤늦게 나를 찾아온 기분이었다. 회사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회사에서 지난 2년간 내가 보여준 성실함과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다시 손을 내밀어 주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다. 익숙하고 소중한 업무 환경에서 1년 더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누구에게나 타의에 의한 변화는 버겁다. 나 역시 회사의 결정에 따라 마주해야 할 새로운 시작 앞에 작아지곤 했다. 하지만 오늘 받은 이 선물 같은 소식 덕분에 나는 내년에도 익숙한 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소중한 나의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했던 마음이 걷히고 나니 그제야 맑은 창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12월의 마지막 날, 세상은 나에게 '올 한 해도 수고 많았다'며 따뜻한 응원을 건네주었다. 회사의 귀한 선택 덕분에 나는 내일 시작될 새로운 한 해를 두려움이 아닌 감사함으로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다시 주어진 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더 깊이 고민하고 정성껏 나의 삶을 살아내려 한다.
​2025년의 끝자락, 나에게 찾아온 이 기적 같은 일상의 연장이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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