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

​제9화: 6년 후, 각자의 자리에 서다

by 정이


AI 이미지 Gemini

​말자가 집을 나선 지 어느덧 6년. 그사이 말자는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당당히 학사 학위를 손에 넣었다. 문예창작학과라는 전공과는 뜬금없어 보였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녀의 글솜씨는 IT 기업의 콘텐츠 기획팀에서 빛을 발했다. 이제 말자는 '엄마'라는 이름표 대신 '이 대리'라는 직함이 박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차가운 도시의 공기를 가르며 출근한다. 70대의 영혼을 가진 20대의 직장인, 그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그 6년을 살아냈다.
​그 6년은 집안의 풍경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병상에서 말자만 찾던 아빠는 결국 쇠약해진 끝에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호령하며 살던 노인의 마지막은 적막했다. 아빠의 임종과 장례를 오롯이 혼자 감당한 아들은 그 과정을 거치며 지독하게 철이 들었다. 번듯한 곳은 아니지만, 아들은 한 중소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엄마가 없어서 집안이 망했다"라고 울부짖던 서른 중반의 백수는 이제 새벽같이 일어나 만원 버스에 몸을 싣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지윤은 그사이 독립을 했다. 작은 원룸이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제 공간을 마련했다. 지윤과 아들은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대화 속에서 '엄마'라는 이름은 금기어와 같았다.
​"오빠, 회사는 다닐 만해? 재계약은 된다고 하고?"
"몰라, 시키는 대로 해야지. 넌 회사 근처로 옮기니까 편하냐?"
​두 사람의 대화는 늘 겉돌았다. 아들은 여전히 소식 한 자 없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아빠의 수발을 직접 들며 느꼈던 엄마의 고단함 때문에 차마 욕을 하지는 못했다. 지윤은 그런 오빠의 눈치를 보며, 강남 한복판 IT 빌딩에서 누구보다 빛나고 있을 '언니' 같은 엄마의 비밀을 굳게 지켰다.
​말자는 퇴근길 지하철 차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본다. 6년 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눈매.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를 잃어버린 사람으로 알고 있을 아들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말자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이말자로 끝까지 살 거야.'


-다음화의 계속-

이전 08화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