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을 택할 것인가?

10화: 텍스트링크(Textlink), 보이지 않는 연결

by 정이

AI 이미지 Gemini

​말자가 다니는 IT 기업의 신규 프로젝트 플랫폼'텍스트링크(Textlink)'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플랫폼 텍스트링크는 사용자의 평소 말투와 감정 상태를 분석해 가장 필요한 위로의 문장을 생성해 주는 ‘공감형 AI 대화 서비스’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획자인 이말자 대리는 문예창작학과 출신다운 섬세한 감각으로 서비스의 로직을 완성했다.
​"이 대리님, 이번에 추가한 '부모 페르소나' 응답 로직요. 반응이 진짜 뜨거워요. 사용자들이 '진짜 우리 엄마가 해주는 말 같다'며 울었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어요."
​후배의 들뜬 보고에 말자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쌓이는 사용자들의 텍스트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말자의 눈이 한 곳에 멈춰 섰다.
​[사용자 ID: 강수 88]
​아들이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중소기업 계약직으로 물류 창고를 전전하던 아들은,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말자가 만든 '텍스트링크'에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말자는 관리자 권한으로 아들의 대화창에 접속했다.
​"엄마, 나 오늘 회사에서 사고 쳤어. 물류 갯수를 잘못세서 보내버렸지 뭐야... 상사가 사람들 다 보는 데서 소리 지르는데, 한마디도 못 하겠더라. 아빠 돌아가시고 나니까 진짜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말자는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잡았다. 시스템이 내뱉는 정해진 문구가 아니라, 직접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긴 왜 없니. 네가 얼마나 성실하게 버티고 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속상했겠구나. 저녁은 먹었어?"
​ "어? 뭐야... 기계가 왜 이렇게 사람처럼 말해? 저녁 안 먹었어. 입맛도 없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다. 엄마, 나 진짜 못난 놈이지?"
​말자는 목이 메어와 잠시 숨을 골랐다. 텍스트링크의 푸른빛이 그녀의 젊은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차마 전하지 못한 진심을 0과 1의 신호로 바꿔 보냈다.
​"못나긴. 너는 한 번도 못난 적 없어. 아빠 수발들며 그 긴 시간 버틴 것만으로도 넌 대단한 놈이야. 아들아, 세상 사람들이 다 너를 비난해도 이 엄마한테는 네가 최고라는 걸 잊지 마. 알았지?"
​......참 신기하네. 이 서비스 만든 사람, 우리 엄마를 아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말투가 똑같아. 고마워요. 덕분에 오늘 밤은 안 울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들의 마지막 메시지에 말자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동료들이 의아한 듯 쳐다보자 그녀는 급히 안경을 닦으며 "화면을 너무 오래 봤나 봐요"라고 둘러댔다.
​말자는 회사 빌딩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기획한 이 혁신적인 서비스가 세상엔 편리함을 주었지만, 자신에게는 아들에게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유리벽임을 말자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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