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되돌릴 수 없는 선택
AI 이미지 Gemini
혁신적인 기술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으면서도, 말자의 마음 한구석은 늘 아들 강수 생각에 무거웠다. 자신이 얻은 이 매끄러운 피부와 활력이 아들에게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유리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오피스텔로 돌아온 말자는 차가운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딸 지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윤아... 나다. 바쁘니? 오늘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밥 좀 먹자. 엄마랑 좀 같이 있어 줄 수 있겠니?"
엄마의 낯선 음성에 지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말자는 지윤이 오기 전 서둘러 밥을 안치고, 평소 지윤이 좋아하던 찌개를 끓여 식탁을 차렸다. 하지만 정작 마주 앉은 식탁에서 말자는 숟가락만 든 채 멍하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윤이 결국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엄마, 오늘 무슨 일 있어? 회사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얼굴이 왜 그래."
말자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뱉으며 겨우 입을 뗐다.
"지윤아... 엄마는 가끔 무섭다. 1억이나 들여서 이 젊음을 얻은 게 정말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 강수는 저렇게 힘들게 사는데, 나만 욕심부려서 다시 시작한 것 같아 자꾸 죄지은 기분이 들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건 아닐까?"
지윤은 잠시 침묵했다. 식탁 위로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지윤은 차분하지만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사실 나... 엄마한테 말 안 한 게 있어. 그 시스템 말이야, 1억만 있으면 누구나 똑같이 젊어질 수 있지만... 사실 그거 딱 한 번밖에 못 하는 거야."
말자가 고개를 들어 지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윤의 말이 이어졌다.
"암을 고치는 것이든, 젊어지는 것이든 무조건 딱 한 번 시스템에 들어가면 끝이야. 우리 가족 한 사람당 단 한 번씩만 주어진 기회라고. 그리고 엄마, 한 번 젊어지는 선택을 하고 나면... 나중에 다시 늙었을 땐 정말 끝이야.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어. 기계는 다시 열리지 않거든."
말자의 손에서 숟가락이 힘없이 떨어졌다. 쨍그랑거리는 금속음이 오피스텔에 날카롭게 울렸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1억을 다시 가져다준대도 방법이 없다는 거니?"
"응. 엄마는 이미 그 유일한 기회를 써버린 거야. 이제 엄마한테는 물러설 곳이 없어. 이 젊음이 다하고 나면 정말로 끝인 거야. 그러니까 엄마, 강수 오빠 생각해서 괴로워만 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제대로 살아야 해."
지윤은 식사를 마치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남긴 채 집을 나섰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말자는 홀로 남겨진 식탁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밥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의 기적을 '젊음'을 위해 소진해 버렸는데, 아들 강수는 그 기회조차 꿈꾸지 못한 채 낡아가는 현실 속에 버려져 있었다.
말자는 목구멍이 꽉 막혀 더 이상 밥을 넘길 수 없었다. 오피스텔의 밝은 조명 아래, 말자의 젊은 얼굴 위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에 대한 회한이 짙게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