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

​제14화: 되돌릴 수 없는 축복

by 정이


AI 이미지 Gemini

​버스 정류장에 홀로 앉은 말자는 발뒤꿈치의 쓰라린 통증을 느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아까 차 안에서 지윤이가 울부짖으며 쏟아냈던 말들이 마치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말자는 지윤이 했던 말들을 가슴속으로 무겁게 되뇌었다. 1억을 갖다 줘도 소용없다던 그 처절한 당부들. 특히 말자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바로 그 규칙이었다.
​"엄마, 그 통에 한번 들어가 버리면 다시 늙으면 끝이야. 다시는 되돌릴 수 없어."
​말자는 자신의 팽팽한 손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이미 기적을 한 번 써서 젊음을 얻었기에, 여기서 다시 늙음이 시작되면 이제는 어떤 수를 써도, 심지어 암에 걸리는 것 같은 큰일이 닥친다 해도 다시는 그 통에 들어갈 수 없다는 지윤의 경고. 한번 들어가 버리면 다시 늙으면 끝이라는 그 비정한 사실이 말자의 뇌리를 때렸다.
​'이 모습이 정말 마지막으로 사는 인생인데... 오빠 때문에, 그놈의 모성애 때문에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늙어버릴까 봐 미쳐버릴 것 같다던 내 딸.'
​지윤의 그 절규를 되뇌던 말자의 눈에 결국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아들 강수를 향한 미안함은 여전히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지만, 자신을 위해 가짜 유골함까지 준비하며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던 딸의 희생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말자는 여기서 다시 '엄마'라는 이름 뒤로 숨어 울기만 하다가 이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야말로 지윤에게 가장 큰 죄를 짓는 일임을 깨달았다. 한번 들어가 버리면 다시 늙으면 끝이라는 그 절박한 진실이, 역설적으로 말자를 일으켜 세웠다.
​말자는 젖은 눈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수를 향한 마음은 가슴 한구석에 깊이 묻어둔 채, 이제는 딸이 그토록 바랐던 '말자 자신의 인생'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도심의 불빛들이, 이제는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닌 새롭게 시작되는 아침처럼 스물일곱의 말자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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