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아들의 절규
AI이미지 Gemini
로비의 유리문이 닫히자마자 채원은 무너지듯 벽에 기대려다 멈췄다. 방금 전 제 손으로 아들을 죽인 것과 다름없는 말을 내뱉고 온 터였다.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완벽한 모습이 지독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숨을 고를 틈도 없었다. 로비 중앙에서 서성이던 준우가 채원을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채원 씨! 괜찮아요? 아까 그 사람, 아직도 밖에 있어요?"
준우의 목소리에 채원은 본능적으로 가면을 고쳐 썼다. 밖에서 강수와 나눈 처절한 대화를 준우가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 보안팀에 맡기고 왔어요. 우리 어서 가요, 준우 씨."
채원은 준우의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 순간, 뒤편에서 로비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강수의 목소리가 적막을 찢었다.
"엄... 엄마! 거기 서! 엄마 맞잖아!"
보안 요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들어온 강수의 갈라진 외침에 채원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준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멈춰 서며 강수를 돌아보았다.
"저기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엄마라니, 누구한테..."
준우의 물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수는 비틀거리며 다가와 채원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손에는 아까 내밀었던 낡은 은가락지가 쥐어져 있었다.
"이채원 상무님! 당신, 우리 엄마 맞잖아! 지윤이가 다 말했어. 엄마 안 죽었다고! 나한테까지 이럴 거야? 나 엄마 아들이라고!"
주위 직원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채원은 지옥 같은 예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젊음을 택하며 쌓아 올린 이 화려한 성벽은 무너진다. 준우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채원의 얼굴을 훑었다.
"강수 씨. 타임리스 파트너사 대표로서 예우해 드렸더니, 정말 실망스럽군요. 술 취하셨으면 곱게 돌아가세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채원의 목소리는 조금 전 밖에서보다 더 차갑고 단호했다.
"엄마!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나 강수야, 엄마!"
"보안팀! 뭐 하시는 거죠? 이분 당장 밖으로 모시세요. 영업방해로 신고하기 전에."
채원은 강수의 눈을 피하며 보안 요원들을 독촉했다. 요원들에게 거칠게 끌려나가는 강수의 손에서 은가락지가 댕그랑 소리를 내며 채원의 구두 앞까지 굴러왔다.
채원은 바닥에 떨어진 가락지를 보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앞만 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강수의 절규가 귓가를 때렸다. 지옥을 탈출한 대가로 아들을 제 손으로 두 번 버린 괴물이 된 채, 그녀는 젊음을 택했던 기적 속으로 자신을 가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