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화 준우의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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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의 사무실 안은 에어컨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했다. 준우는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은가락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채원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말해봐요. 어제 그 사람, 정말 누구입니까?"
채원은 마른 입술을 적셨다. 이제는 도망갈 길이 없다는 걸 직감했다.
"제 본명은 이말자예요. 이채원이라는 이름은... 나중에 만든 거고요."
준우의 미간이 좁아졌다. 채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저한테는 자식이 둘 있어요. 어제 보신 강수, 그리고 지윤이. 강수를 처음 만났을 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딸 지윤이가 저를 아는 선배라고 소개하고 만났어요."
준우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아는 선배요? 자기 아들을 만났는데, 엄마라고 안 하고 지윤 씨 아는 선배라고 거짓말을 했다고요?"
"네. 강수는 제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엄마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아들한테, 지윤이 아는 선배라고 얘기했어요.. 그렇게라도 곁에서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요."
채원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툭 떨어졌다. 준우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럼 저랑 지윤 씨가 같이 일하게 된 것도, 강수 씨네 회사와 일을 맡긴 것도... 다 계획된 거였나요?"
"처음엔 그저 돕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욕심이 생겼어요. 이 젊은 모습으로, 성공한 여자로 준우 씨 곁에 머물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멋진 엄마로 남고 싶었어요. 비록 아들 강수한테는 엄마라고 얘기 못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지윤이가 어제 강수한테 다 말해버린 거예요. 엄마 안 죽었다고, 저 여자가 우리 엄마라고..."
채원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들에게 "사람 잘못 보셨다"며 냉정하게 몰아냈던 어제의 기억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준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토록 완벽하고 당당해 보이던 이채원 상무가, 사실은 자식들에게조차 이름을 숨겨야 했던 '이말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준우가 가락지를 집어 들어 채원 쪽으로 밀어 놓으며 차갑게 물었다.
"이제 어쩔 생각입니까? 강수 씨는 이미 진실을 알았고, 회사 사람들 눈도 있는데."
채원은 가락지를 꽉 쥐었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금속의 감촉이 너무나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