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피로사회⟫

'긍정성 과잉'에 대한 소고

by 우물 안 개구리


어느 날, 문득 학교 과제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쓰이지 않는 글을 억지로 고뇌하며 써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쥐어짜지는 수건 같다.' 그리 크지 않은 이벤트 축에 속하는 과제를 하면서도 자기가 자신을 짜내야 한다는 사실에 일순간 서글퍼지기도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서 동생은 "현대인들아, 노력 좀 그만해라."며 치열하게 살기를 요구하는 현대 사회와 그에 쉽게 순응하는 우리의 모습에 자조하며 일갈했다.


이렇듯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특히나 자본주의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끊임없는 경쟁을 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는 걸 해야 한다. 무한의 노력을 통해서 거듭나고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형태다. 우리는 그것이 되기 위해 주저함 없이, 기어코 자신을 내던진다. 승자는 또다시 승리하기 위해서, 패자는 다시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경쟁의 굴레에 다시금 뛰어든다.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 또한 현대인들이 자기 착취를 망설임 없이 해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 한병철이 이 책을 통해서 지적하고 있는 '긍정성의 과잉'은 어쩌면 이 시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아귀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사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완벽한 이론은 없다'는 전제를 차치하고 보아도 '부정적인 시그널은 사라진 지 오래고, 과다한 긍정성만이 자기 착취를 가능하게 한다'는 부분은 여전히 아쉽다. 계속해서 도전하게 하는 것은 긍정성일지라도, 그 내면에는 못하는 자신, 실패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나은 것으로의 발전 내지는 그보다 더한 변태(metamorphosis)를 꿈꾼다는 점에서 '부정성'은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를 기꺼이 그리고 기어이 갈아 넣는 사회적 구조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뒤틀린 틀은 틀 안에 있는 스스로가 인식하지 않으면 절대 깨부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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