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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등대와  카페

나의 추억이 깃든 곳

 오랜만에 묵호등대를 찾아왔다.

80년대 후반 나는 천혜의 어항인 이곳 묵호에서 국가의 부름으로 푸른 제복을  입고 있었다.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 후 이곳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또한 변화된 주변의 분위기가 놀랍기만 하다. 다행스럽게도  아름다운 명소가 되어 있음에 더욱 반가운 생각이 든다.


동해의 코발트 빛 바다색을 배경으로

조형미 넘치는 등대문화관도 조성 돼 있다.

더구나 예전의 어촌이었던 산비탈의 동피랑 판잣집들은  아기자기한 규모의 카페와 펜션 그리고 문화공간으로 세련되고 운치 있게 변신 하였다.


묵호방파재 입구의 그 시절 횟집이 옛 이름 그대로 남아 있다.  간판에 쓰여있는 50년 전통이란 캘리그래피 글씨체가  나의 20대 군시절의 추억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듯 해  더욱 정감이 간다.


지인들과 등대에 오르기 전 나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을 꺼내며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그 횟집에 먼저 들렸다. 중년의 여주인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내가 삼십여 년 전 이곳의 군생활 추억을 얘기하니 무척 반가워한다.


명품물회를 모두가 청했고 주인장 무료서비스 해물전에 동동주까지 거나하게 즐긴 후 등대언덕 골목길을 총총히 오른다..


주변의  코믹한 표현의 벽화들과 5월의 꽃들 그리고 그 향기를 맡으며 푸른 바다를 감상하니 마음을 힐링하기에 충분하다.


동행한 지인들도 등대오름길의  유쾌한 볼거리들에 매료되어 해발고도 수십 미터인 가파른 오르막 계단과 데크길의 힘겨움도 잊은 채 연속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에 오르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등대 앞에 있는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야외카페 벤치에  당연한 듯 자리를 잡고 앉는다. 저 멀리 동해의 푸른 하늘과 코발트빛 바다를  사선으로 내리보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또한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인동초 꽃향기의 천연향수가 코끝을 즐겁게 자극하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와 행복감이 충만해 온다.


한동안 이곳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끼보며  동해의 푸른 바다

수평선에 시선을 잠시 내려놓는다.


삼십여 년 전  군시절에  처음에는

선임들 따라 이곳 등대에 올라왔었다.

그때는 경직진 마음상태에서  검푸른 바다만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후임들을 데리고 여기에 다시  올라왔었다.  등대 앞에 진을 친 채 술잔을 앞에 놓고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들의 장차 희망들을 얘기했던 것 같다.


그 시  이곳 묵호등대마을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전형적인 삶에 현장, 어촌마을 그 자체였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집들과 곳곳에

생선 등을 말리는 덕장이 있어 해물비린내가 코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곳이 이렇게 아름답게 변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 질 향상이 있어 왔고 넉넉한 공공투자의 덕분 일 것이다.

따라서 전국 곳곳에 명소들이 으로 많아졌다.

이곳 묵호등대 앞 카페마을 역시 아름다운 명소, 카페언덕임을 나는 자부 하고 싶다. 내가 이십 대 배낭여행 때 들렸던 지중해의 산토리니나 모나코 카페언덕에 못지않은 명소란 것을  이번 여행에서 분명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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