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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ㆍ갈용 이야기

칡순 먹어보기

칡은 요즈음 야산과 들녘에서 지천으로 볼 수 있는 콩과의  덩굴식물이다. 너무나  왕성하게 자라나서

다른 나무와 작물에 해를 끼치는 위해식물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엔 지금과는 사정이 사뭇 달랐다.  우리 동네 주변은 물론 인근의 산중에서 조차 변변한 칡을 찾기가 그리도 힘들었다..

간혹 산에서 운 좋게 칡을 발견한다고 해도 볼품없고 가느다란 것 몇 뿌리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칡이 귀했을까.

아마도 우리의 앞세대까지 지속 돼 왔던 보릿고개의  영향인 것으로 짐작된다.


 식량사정이 곤궁하던 시절에 칡은 곡식 외에 손쉽게 전분을 얻을 수 있는  주요한 구황식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절 먹거리가  부족한 시골에서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간식이 됨은 물론이었다. 따라서 마을 주변의 산과 들에서 칡을 찾기가 그렇게도 힘들었던 이유인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 까지도 겨울이 다 지나고 우수, 경칩이 되면 칡 캐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아차렸다. 동네친구들 여럿이 모여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D데이가 오면 아침 일찍부터 산능선을 몇 개나 넘어 먼 산쪽으로 칡을 캐러 가곤 했다.


산중에서 온종일 칡을 캐내는데 보내고 오후 늦게 되어서야 어깨 위에 커다란 칡뿌리를 몇 개씩 메고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캐온 칡을 낫이나 작두로 토막 내어 몇날며칠을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물론 칡차를 끓여 먹거나 칡즙을 만들기도 했지만 아이들 수준에서는 잘라서 생식하는 것이 간편한 방법이었다.


어릴 때 먹었던  칡의 참맛을 잘 알기에  요즘에도 기회가 있으면 먹어 보려고 애쓴다. 물론 그때의  그 맛은 현란한 현대 먹거리의 입맛에 압도되어 잘 느끼지 못하지만 어릴 적 칡에 대한 추억을 되살림에 만족하곤 한다.  도회지 출신의 지인들은 그 깊은 참 맛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씁쓸한  칡의 얕은 맛에 불평만 할 뿐이다.


요즘 들어  다시금 칡이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물론 예전부터 한약재의 주요 품목에 칡이 갈근이란 약재명으로 쓰여 왔지만 요즘은 칡순에 더 관심을 갖는다. 칡의 새순은 녹용의 약성에 버금간다 하여 갈용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칡의 좋은 약성이 새순 끝에 몰리기 때문이며  칡의 여린 순 모양이 사슴뿔 같다고 하여 갈용이라고 하는 것 같다.


칡은 뿌리뿐만 아니라

 잎, 줄기 그리고 꽃까지 모든 부분이 약용 또는 식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


 칡의 효능은 참으로 훌륭하다. 즉 성장촉진, 원기회복, 간기능강화, 해열작용, 여성호르몬 활성 그리고 혈액순환 촉진등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


  다만 두 달 이상 장기간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냉한 체질의 경우에 주의만 한다면  좋은 약성을 지닌 구하기 쉬운 흔한 약재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칡이야말로 '몸에 좋은 약재는 심산유곡에 있지 않고 생활 주변에 있다'는 명언을 실감 나게 해주는 약재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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