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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향연과 추억

봄꽃

올해는 봄꽃들이 빨리 개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겨울이 그리 춥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며칠간 계속된 꽃샘추위는 예상외로 남녘까지도 벚꽃의 만개를 늦추고 있다.


야심 차게 잡아놓은 축제의 시작일이 되었지만 정작 그 주인공, 벚꽃이 없단다.  관계자들은 난감해할 따름이다.


생각해 보면 어느새 우리네 봄꽃의 주류는 벚꽃이  차지해 버린 실정이다.

벚꽃이 만개해야 봄의 절정에 다다른 기분을 느끼게 된다.


물론 우리의 마음속에는 벌써 봄이 저만큼 와 있다. 남녘의 매화, 산수유, 카놀라 꽃소식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체리듬에서  봄의 시작은 삼월의 첫날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새 학년 새 학기가 삼월에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미리 받은 천연색 교과서에  나오는 노란색 개나리와

연분홍 진달래 삽화들이 이미  봄을 우리 마음속에 성큼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


농촌에서는 절기상으로  개구리가 나온다는 삼월초순쯤 경칩을 봄의 시작으로 여긴다.

그때쯤이면 벌써 갯가에 버들강아지가 피어있고 차가운 지면을 뚫고 나온 성급한 달래 냉이는 캐 먹기에 알맞게 제법 자라 있다.


나의 추억 속에서, 봄의 시작에는  노란 병아리들도 포함되어  있다. 암탉이 병아리를 데리고 모이 쫒던 어렴풋한 기억도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사다 놓은 노란 병아리가  생각난다. 부모님은 삼월이 오면 오일장을 가실 때마다 병아리를 몇 마리씩, 서너 번 사 오셨다.  오뉴월은 하루볕이 길다지만 삼월에도 오일장 간격만큼 병아리의 몸집차이가  확연하게 구별되었다. 이는 매년 새봄이 왔음을 알리는 우리 집의 풍경 중 하나였다.


요즘은 봄꽃 하면 벚꽃이 주류가 되었는데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이다. 가로수, 공원수목들을 화목류인 벚꽃이 대량으로 심어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추억 속에는 좀 더 다양하고 정감 있는 봄꽃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른 봄을 알리는 매화, 영춘화와 산수유, 생강나무 꽃은 동구박이나 뒷동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봄이 한층 무르익어 볕이 따스해지면 온 천지가 개나리, 진달래의 향연이 펼쳐졌다. 또한 커다란 하얀목련이라도 마을에 한두 그루  서있다면 온 동네를 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집집마다  다양하게  심겨진 복숭아꽃, 살구꽃의  분홍빛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어릴 적 우리 집 대문간 밖에도 큰 살구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삼월말쯤 분홍빛 진한,  다크핑크 꽃망울이 온 가지마다 한꺼번에 터질때이면   그 아래 서서  바라보며 한동안 황홀감에 빠지고 말았다.  요즘, 벚꽃의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흔해진 빛깔과는 비견되는 영롱하고  황홀한 색감으로 기억돼 있다.


봄은 누가 뭐래도 꽃의 계절이다.

만물이 생동하고 그 종자와  결실을 위하여 신비롭고 다채로운 색깔의 꽃들을  뿜어낸다.

요즘 우리는 봄꽃을 감상하며 추억도  돌아보고 새로운 추억도 만들 수 있는 1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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