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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 이야기

태안풍경

이제 태안 주민이 되었다. 이곳에 살게 되면 독특한 바다풍경에 익숙해진다. 들숙날숙 극심한 리아스식 해안선 때문이다.

저녁나절 십여분 드라이브 중인데도 산록발치마다 몇 번씩 바다의 윤슬이 보여 아름답다.


그런 해변 중에 가로림만이 압권이다. 서해안 최대의 갯벌을 품고 있다. 썰물때면 삼십여 리 갯벌이 아득히 드러나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서해안 중 최대의 장소로 유명하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조력발전의 유력한 후보지였다.


가로림만은 구불구불한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사백 리에 이른단다. 또한 해수면이 거의 폐쇄된 내만으로 되어있다. 그 안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섬들마저 자리하여 아름답기까지 하다.


내가 사는 곳은 가로림만의 남쪽 말단이다.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거의 보이지 않게 멀어진다.

그래도 수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걷기 길이 유용하다.


이제는 이곳이 환경 보전지역으로 정해졌단다.

그동안의 완고한 주민텃세와 오지랖 넓은 환경단체들의 영광스러운 투쟁의 공과다. 관계당국과 그간의 갈등들이 어렵잖아 점쳐진다.


한때는 조력발전은 물론이고 어쩌면 북측 좁은 만입구에 제방뚝이라도 생기면 드넓은 간척지가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자연 그대로의 가로림만이 보존될 수 있어 다행일 뿐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이곳에 관심을 가졌었다. 고1 때 담임샘 때문이다.

지리를 담당하던 그분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 시절 수업을 임할 때 달랑 분필 한 자루만 들고 교실에 나타났다. 하지만 수업내용은 풍성하고 열정적이고 유익했다.

그리고 칠판에 우리의 지도나 세계지도를 뚝딱 자주 그리셨다.


그때 설명하던 그림 지도 속 가로림만의 윤곽이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시청각 교육의 효과가 분명하다.


가로림만은 명칭부터 특이하다. 학창 시절에 그 유래도 알게 되었다.

구한말 서구 이양선이 출몰할 때 붙여진 캐롤라인 베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한글식의 아름다운 명칭, 가로림만이 되었다.


여기도 해안 걷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해변길의 아름다운 풍광과 밀물 썰물의 역동적인 변화가 매번 새롭다. 이 또한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가로림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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