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의 효능
쑥을 먹어볼 수 있는 계절이 왔다.
봄에 먹는 쑥은 독특한 맛과 풍미가 있다. 물론 이런 미각은 어린 시절의 고향이 시골인 탓에 각인된 맛이다. 초봄에 돋아나는 연한 쑥으로는 주로 쑥국을 끓여 먹거나 연녹색의 절편등 다양한 쑥떡을 해 먹기도 한다.
여린 봄 쑥은 그 맛과 향기가 부드럽고 쓴맛이 적어 쑥국 등으로 직접 식용하기에 최적이다. 요즘은 좀 더 호사를 부려서 도다리 쑥국을 끓인다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하지만 쑥은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되어 왔으니 쑥에 대하여는 누구나 대부분 익숙한 편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약초는 멀리에서 찾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환언한다면 중요한 약초들은 심산유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주변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우리의 전통의학이 경험의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삶의 공간 가까이에서 수백 , 수천 년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임상으로 검증된 약재들이다.
이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시사점을 제시한다.
일상생활의 주변에서 가장 익숙한 약초나 약재 그리고 먹거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쑥은 얼마나 흔하게 볼 수 있고 생명력이 강하며 유익한 풀이던가. 그 종류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쑥인 애엽, 인진쑥, 사철쑥이 있고 지역별로 강화 사자발쑥, 평창 인진쑥 그리고 해풍쑥으로 백령도, 당진초락도, 거문도 등이 한 때 유명하였다
그 사용의 역사는 시초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군시대부터 쑥과 마늘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 효능 또한 가히 만병통치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살균, 진통, 소염, 보온, 체내 노폐물제거, 혈압강하등 나열하기 벅차다. 계절별로 적절하게 지속적으로 채취하여 사용(식용, 약용, 뜸재료)만 잘한다면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또한 다량을 지속적으로 식용해도 부작용이 없는 식재료와 약재로 알려져 있다.
물론 쑥은 예전에 우리네 서민의 식문화에서 뗄 수 없는 식재료였음이 분명하다. 쑥국, 쑥죽, 쑥떡 등 그 옛날 보릿고개와 초근목피 시절부터 서민의 애환과 함께 해 왔다.
일제말에 소년기였던 한 어르신은 몇 날 며칠을 멀건 쑥죽으로 연명했다고 한다. 그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제와 알고 보니 그때 자주 먹었던 쑥의 좋은 약성 덕분에 노년이 된 현재까지도 거뜬한 건강을 유지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도 어릴 적에 의약품이 귀하던 시절, 산과 들을 뛰어놀 때 쑥은 응급처치약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외에서 몸에 찰과상을 입게 되면 항상 주변을 둘러보며 쑥부터 먼저 찾았다. 그리고 손으로 비벼 으깨어 상처에 붙여서 지혈을 하던 고마운 쑥이었다.
한 유수 식품회사 오너는 쑥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토로하였다. 그는 사업실패 후 수십억의 부채를 졌지만 몇 년 만에 쑥제품 재고를 홀로 영업해 팔아서 갚아 냈단다.
그는 다리 골절회복에 자신이 직접 쑥의 효과를 본 확신을 세일즈에 활용했다.
그는 당시에 극단적 선택을 유예한 상태였고 그 후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렇게 쑥은 식용에 좋은 봄쑥이든 오월 단오 직전의 약쑥이든 시월의 갈쑥이든 모두가 유용하다. 적절한 사용법으로 우리가 활용만 잘한다면 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의 아련한 유년시절 소먹이풀을 벨 때의 그 쑥이 생각난다.
낫에 손을 베어 쑥으로 지혈하던 다랭이 논두렁의 깨끗하고 부드러운 그 쑥 말이다.
일제말기 한 소년이 저녁 끼닛거리로 망태기에 가득 담아갔던 그 쑥도 떠오른다. 이렇게 쑥은 우리에게 심산유곡의 어떤 약초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암시해 준다.
따라서 이 봄날에 산야에 돋아나는 여린 쑥들 한 포기 한 포기가 귀한 보약나물처럼 눈에 들어오는 초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