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는 소형 화물차 포터2의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새로 개발한 스마트스트림 LPG 2.5 터보 모델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소형 화물차는 지난 수십 년간 디젤 엔진이 대세였는데요. 가솔린보다 저렴한 연료비에 높은 연비와 토크를 가져 화물차에 적합한 엔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포터2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LPG 모델을 도입하면서 다시 LPG 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짐작했던 LPG 모델의 장점을 좀 더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LPG 2.5 터보 엔진은 이전 디젤 엔진 대비 최고출력이 24마력이나 높아진 159마력에 이릅니다. LPG는 연료 특성상 디젤보다 폭발력이 낮아 보통은 출력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요. 현대차는 이를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로 극복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직분사 시스템이 LPG를 아주 잘게 쪼개 연소실에 분사하고 강하게 압축해 폭발을 유도하면 더욱 높은 토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 더해 배기가스를 재순환해 터빈을 돌리고 실린더에 더 많은 공기를 밀어넣어 더 강한 폭발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포터2는 159마력의 최고출력과 30kg·m의 높은 토크를 얻을 수 있었죠. (참고로 스마트스트림 LPG 2.5 터보는 현대차가 만든 최초의 LPG 터보 엔진입니다).
아무리 힘이 좋아졌다 해도, 그만큼 연료비가 더 든다면? 제품 가치가 떨어질 겁니다. LPG 엔진을 얹은 신형 포터2는 복합연비가 리터당 6.5km입니다. 너무 낮아 보이나요? 가솔린이나 디젤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LPG 특성상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이전 디젤 모델은 리터당 8.8km를 갔으니 연비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연료 자체의 가격, 연료비입니다.
2024년 1월 4일 기준, 전국 평균 자동차용 LPG 가격은 리터당 970.81원입니다. 반면 디젤은 1488.55원입니다. 1년에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포터2 LPG는 연간 약 298만7000원, 디젤은 338만3000원이 듭니다. LPG가 연간 40만원 정도 저렴한 셈입니다.
게다가 LPG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서 친환경적입니다. LPG는 연료 특성상 미세먼지(PM10)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디젤보다 훨씬 적습니다. LPG 포터2도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지녔다고 하네요. 게다가 기술 발전으로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 못지않은 힘까지 내니 LPG 차량이 다시 주목받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현대차 역시 발 빠르게 다양한 모델에 LPG 엔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직렬 4기통 1.6리터 LPi 엔진을 얹은 더 뉴 아반떼는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5.5kg·m를 냅니다. 배기량이 같은 가솔린 엔진(123마력, 15.7kg·m)과 비교해도 큰 차이 나지 않는 힘입니다. 연비는 리터당 10.5km로 가솔린 엔진(15.3km/L)에 비해 낮지만, 연간 2만km 주행을 가정했을 때 LPi는 약 185만원, 가솔린(리터당 1574.51원)은 203만원 정도 듭니다. LPi 모델이 연간 20만원 정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거죠.
쏘나타 디 엣지에는 2.0리터 LPi 엔진이 들어갑니다. 더 뉴 아반떼 LPi 1.6과 마찬가지로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 146마력, 최대토크 19.5kg·m를 냅니다. 자연흡기 2.0리터 엔진(160마력, 20.0kg·m)과 비교해 최고출력은 14마력 낮지만, 최대토크는 거의 같습니다.
연비는 LPi가 리터당 9.7km, 가솔린이 12.6km로 연간 유류비(2만km 주행 가정)를 계산해보면 LPi는 약 200만원, 가솔린은 25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연간 50만원 정도 차이가 나네요.
현대차는 플래그십 세단 디 올 뉴 그랜저에도 스마트스트림 LPG 3.5 모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5리터 가솔린과 같은 스마트스트림 엔진으로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0kg·m를 냅니다. 최상위 모델인 가솔린 3.5 모델(300마력, 36.6kg·m)과는 출력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대차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LPG 엔진입니다. 엔진 회전이 부드럽고 조용한 장점이 있습니다.
연비는 스마트스트림 LPG 3.5가 리터당 7.8km,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가 10.4km입니다. 연간 2만km 주행을 가정했을 때 LPG 3.5가 249만원, 가솔린 3.5가 302만원 정도입니다. LPG 유류비가 연간 53만원 정도 적게 들 것으로 보입니다.
승합차 스타리아의 LPG 모델에도 그랜저와 같은 스마트스트림 LPG 3.5 엔진이 들어갑니다. 스마트스트림은 현대차의 차세대 파워트레인입니다. 운전조건 및 운행여건에 따라 엔진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특징을 가졌죠. 특히 스마트스트림 LPG 3.5 엔진은 통합 열관리 시스템, 마찰 저감 밸브 등으로 실린더 내의 연소효율을 높이고 연비를 개선한 엔진입니다.
이 엔진을 얹은 스타리아의 연비는 9인승 투어러 17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리터당 6.7km입니다. 연간 2만km 주행을 가정했을 때 289만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엔진 배기량이 작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디젤 2.2리터 모델은 연비가 10.3km로 연간 유류비가 LPG 3.5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LPG 3.5 모델이 출력이 더 높고 가격은 디젤 모델에 비해 30만원 정도 저렴합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모델에서 다양한 엔진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LPG 모델에 대한 수요를 감안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면서 디젤 엔진보다 출력이 높은 LPG 터보 엔진을 선보인 건 고무적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LPG 엔진은 연료 특성상 연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연료비가 낮아 주행거리가 긴 소비자들에게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LPG 자동차 이용자들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LPG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2024년 상반기 차량용 LPG 관세를 기본세율 3%에서 0%로 낮출 예정입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LPG 가격이 더 내려가겠죠. LPG 차량 오너들, 특히 포터2 LPG를 타는 소상공인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