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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자동차 Jul 04. 2024

전기차 반대론자들과의 2:1 100분 토론


안녕하세요. (아직까지는) 강성 내연기관차 애호가 ‘H’입니다. 전기차 한 달 살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군요. 사실 지금에서야 고백하건대, 결코 쉽지 않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전기차와 함께하는 동안 이 만남을 반대하던 존재들이 있었거든요. 바로 저와 함께 튜닝하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놀던 내연기관차 애호가 친구들입니다. 저쪽 동네(?)로 가면 절대 안 된다며 전기차와의 만남을 반대하던 두 친구와 만나 야간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드라이브를 마친 뒤, 전기차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죠. 내연기관차 애호가였던 제가 이번에는 전기차 옹호론자가 되어 2:1 토론을 펼치게 됐습니다. A와 B는 내연기관차 애호가인 저의 두 친구입니다.




A : 엔진룸, 아니 모터룸이라 해야겠구나. 아무튼 보닛을 열면 드러나는 모터룸 구조가 정말 깔끔하게 정돈된 건  인상적이야. 뜨거운 열기나 기름 냄새도 전혀 없고. 이렇게 몇 년을 타도 기름때 질 일도 없을 테니 정말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네. 이런 부분들은 정말 부럽기도 하고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야.
 
B : 맞아. 정말 깔끔하긴 하지.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기서 뭘 더 손댈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 튜닝으로 딱히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없어 보여. 내연기관은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잖아. 부품 하나만 바꿔도 엔진의 반응이나 차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는 게 재밌는 부분이거든. 그런데 전기차는 그럴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잖아. 전기차의 깔끔한 모터룸이 나에게는 오히려 매력 없어 보여.
 
H : 맞아. 인정하는 부분이야. 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동차 오너가 차를 튜닝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대다수 소비자는 보닛을 스스로 열어본 적도 없을 정도지. 그런 오너들에게는 오히려 딱히 손댈 것 없는 전기차가 오히려 더 편할 수 있지 않을까?




B :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히 장점이지.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작은 수고를 감수해도 더 재미있게 달리는 걸 추구하는 입장이니까. 엔진과 각종 부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고생도 기쁨이잖아. 그런 입장에서 보면 전기차는 그런 재미가 소거된 셈이란 말야.

 
H :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 또한 나름의 새로운 튜닝 플랫폼으로서 인정받게 되는 날도 올 거라 생각해. 내연기관만큼은 아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빠르고 더 재미있는 차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해법을 찾게 될 거라고 봐. 당장은 아니지만 발전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A : 튜닝은 오너의 취향과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 같은 차라도 운전자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를 만들 수도 있지. 하지만 전기차는 파워트레인, 차체 튜닝에 한계가 있어. 휠이나 인테리어, 서스펜션 튜닝 정도가 한계일 것 같은데.

 
B : 맞아. 엔진이나 흡/배기 등의 튜닝을 통해 성능과 소리까지 다듬어가는 재미가 큰데, 전기차는 그런 부분이 아쉽지.




H : 그건 인정해. 하지만 전기차도 전기 모터의 특성을 조절해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주행 모드를 바꾸거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지. 그리고 외관 커스터마이징이나 인테리어 튜닝은 전기차도 가능하잖아.





A : 그래도 한계는 있지. 배기음이나 엔진의 진동 같은 감성적 요소를 구현하는 건 어려우니까.

 
H : 그것도 맞아. 하지만 전기차도 새로운 방식으로 오너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를 커스터마이징하거나, 디지털 클러스터를 개인화할 수도 있겠지. 전기차가 발전하면서 오너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도 더 늘어날 테고, 표현하는 방법도 점점 더 다양해질 거라고 생각해.



B : 무게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지. 튜닝의 핵심 중 하나는 경량화야. 일반 시판차나 레이스카 종류를 막론하고 ‘차는 가벼울수록 좋다’는 게 정설이지. 무게가 줄어들수록 가속, 주행성능은 더 좋아지고 심지어 연비 면에서도 유리하니까. 그래서 부품을 더 가벼운 걸로 교체하거나 필요 없는 부품은 과감하게 떼어내는 방식으로 경량화 튜닝을 하잖아. 그런데 전기차는 그런 방식의 경량화에 한계가 많지.

 
A : 맞아.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더 무거운 데다가 배터리를 개조하거나 떼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무거운 배터리를 낮게 배치하는 데서 오는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무게가 많이 나가면 주행성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다양한 하중을 지탱하는 차체에 그만큼 더 많은 부하기 실리게 될 테고.




H : 배터리 무게는 전기차가 해결해야 할 단점 중 하나야. 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도 경량화와 함께 중요한 요소가 무게 배분이잖아.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무게 배분이 좋다는 점이 장점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량화 이상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 그렇게 보면 주행성능 면에서는 분명한 장점과 잠재력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배터리 기술이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서 더 가볍고 효율적인 배터리가 나오게 된다면 단점까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A : 희망적인 내용이기는 하네. 그래도 아직까지 전기차의 무게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더 가벼운 차를 원하는 튜너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라고.
 
H : 전기차도 배터리뿐 아니라 차체 경량화 기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소재와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가벼우면서도 차체 강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해졌고. 앞으로 계속 가벼워지고 발전하게 될 배터리와 차체에 더해 전기차 고유의 장점인 무게 중심까지 더해진다면 튜너들도 만족할 만큼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인 전기차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A : 이제 곧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거야. 성능 중심의 튜닝카를 갖고 있다면 차량관리에 특히 더 신경 쓰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 한계 성능 근처에서 작동하는 엔진이 과열되지 않게 엔진을 제대로 식혀줘야 하니까. 전기차는 그 점에서 자유롭다는 게 부럽기도 해. 라디에이터, 오일 쿨러 같은 냉각장치 크기를 더 키울 필요도 없고, 수온계나 유온계를 모니터링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야.

 
H : 맞아. 그건 내연기관 애호가들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장점이지. 열 발생이 적으니 냉각 시스템도 단순화할 수 있고, 유지보수도 더 쉬워. 물론 그렇다고 열관리에 소홀한 것은 아냐. 현대차의 전기차를 보면 여름이나 겨울 계절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낼 수 있게 다양한 열관리 기술이 들어가 있거든.




B : 여름철에 전기차가 훨씬 편리하고 좋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지금 우리도 전기차 안에서 시동 걸고 에어컨 켠 채로 차 안에서 시원하게 대화하고 있잖아. 내연기관차였다면 엔진 공회전 문제 때문에 절대 하지 못했을 거야.





A : 우리 모두 짐카나 대회에 나가고 있잖아. 위에서 말했던 튜닝은 일상에서 더 재미있는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더 날렵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차를 각자의 방법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 운동성능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무게, 한계가 명확한 튜닝의 범위라는 단점을 지닌 전기차가 짐카나를 나간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어.

 
H : 내가 꽤 오랜 시간 전기차를 타보며 느낀 건데, 짐카나에서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 특히 토크를 바로 쏟아내는 특유의 반응이 좋아서 짐카나 코스에서 특히 더 유리할 것 같기도 해. 일반 도로에서 느껴본 바로는 무게 배분에서 오는 주행성능도 경쾌하고 모터의 힘도 충분해서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았거든. 물론 하중 이동을 적극적으로 써야 하는 서킷 주행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재미라는 요소만 평가한다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실제로 짐카나 대회에서 전기차로 참가하는 사람을 종종 봤잖아 우리. 




B : 실제로 짐카나에 참가했던 전기차 참가자의 소감이 궁금하네. 배기음 없이 타이어 스키드음만 내면서 슬라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미래에는 자동차 경주가 모두 이렇게 조용해지는 시대가 올까’ 싶어 좀 슬퍼지기도 했지. ㅎㅎ 아무래도 배터리 소모가 빠를 것 같은데, 불편함은 없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H : 레이스에서 배터리 소모가 빠른 한계는 있어. 하지만 점점 더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가 나올 거야. 그리고 지금도 여러 방법을 통해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으니 전기차의 진가를 느낀 사람이 많아질수록 짐카나나 서킷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 경쟁력도 그만큼 늘어날 테고.




100분 토론처럼 치열하게 진행된 우리 세 사람의 이야기는 밤새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통해 전기차의 다양한 장단점을 서로의 관점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죠. 튜닝 마니아 입장에서 전기차는 아직 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순백의 도화지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더 재미있게 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될 테고, 언젠가 답을 찾게 되겠죠.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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