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트럭 엑시언트(XCIENT)가 스위스에서 1,000만 킬로미터 누적 주행을 달성했습니다. 지구 한 바퀴가 약 4만 킬로미터니, 지구를 250바퀴 돌았을 정도로 긴 거리인데요. 여기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봅니다.
엑시언트는 현대차의 상용 트럭 시리즈입니다. 이 중 엑시언트 수소연료전지 트럭은 현대차 친환경 라인업 중 하나인데, 수소로 자체 전력을 생산해 구동하는 무공해 트럭입니다. 180kW급으로 구성된 2개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급 구동모터로 1회 충전으로 최대 40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청정국가로 알려진 스위스에서 수소전기 트럭 엑시언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스위스에는 수소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트럭의 탄소배출 규제가 엄격한 국가입니다. 따라서 엑시언트처럼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량이 유리하죠.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통해 친환경 기술 선도 및 유럽에서 차세대 연료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습니다.
물론 한 대의 엑시언트만으로 1,000만 킬로미터를 주행한 것은 아닙니다. 총 48대의 엑시언트가 운행됐으니 대당 20만8300킬로미터를 주행한 셈입니다. 20만 킬로미터는 자동차의 수명이 다할 정도의 주행거리인데요. 3년 8개월 만에 20만 킬로미터를 주행했으니 엑시언트 수소연료전지 트럭의 내구성을 확실히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환경도 큰 의미일 겁니다. 일반 디젤 트럭으로 1,000만 킬로미터를 운행했다면 약 6,3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겁니다. 하지만 엑시언트는 이산화탄소를 단 1그램도 배출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령이 30년 된 소나무 약 70만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입니다. 즉 48대의 엑시언트 수소연료전지 트럭은 508헥타르(508만 제곱미터)의 소나무 숲을 조성한 것과 비슷한 수치가 됩니다. 게다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산소를 포집하는 과정에서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를 99.9% 이상 제거합니다. 공기를 정화하면서 이산화탄소는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친환경 차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엑시언트를 보며 자연스레 떠오르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넥쏘입니다. 크기는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한국의 도로를 돌아다니는 넥쏘가 많아질 수록 대기는 깨끗해집니다. 넥쏘 10만 대를 2시간 운행하면 성인 854만 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청정공기가 생산될 정도니까요. 미세먼지로 홍역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수소연료전지 차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넥쏘는 미세먼지 외에도 여러 가지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 분야입니다. 수소 생산 및 저장, 운송,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새로운 에너지 동력 산업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나 국가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합니다.
마침 현대차는 올해 1월 열린 CES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사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소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 사업으로 확대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모든 단계에서 최적화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뜻입니다. 현대모비스에 있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차로 이전한 것도 이런 큰 그림 안에서 현대차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넥쏘를 출시한 이후에도 꾸준하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투자에 전념해왔고, 그 결과 스위스 1,000만 킬로미터 주행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번 성과는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바로 실제적인 주행 데이터입니다. 날씨와 주행환경에 따른 주행거리 및 속도, 수소 소비량, 연료전지의 성능 등 실질적인 고급 데이터가 1,000만 킬로미터나 축적된 겁니다. 이 데이터들은 차후 넥쏘를 포함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승용차량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이 나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보다 뛰어난 성능, 그리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성입니다. 대형 상용 트럭 시장은 지난 100년간 디젤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지금은 수소가 미래 패권을 넘겨받으려는 중입니다.
수소연료전지 트럭 엑시언트는 1,000만 킬로미터 주행을 달성하면서 내구성과 소비자 신뢰성을 입증했습니다. 넥쏘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소연료전지차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죠. 수소연료전지차의 누적주행거리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인류는 더 깨끗한 공기로 호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1,000만 킬로미터라는 숫자는 수소연료전지 차량이 걸어가야 할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