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면서, 글 쓰는작가가 될때까지
누군가 나의 직업을 물어본다면 나는 지금까지 학생이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대학교 휴학 중이고,
진짜 직업인 배우라고 말하기에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작품이 없다.
직업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모호했다.
오디션은 계속 보고 있고 피드백은 늘 '기다려봐'였다.
내가 우리 집 강아지한테 하는 얘기를 똑같이 듣고 있자니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년째 듣다 보면 간식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처럼 초조해진다.
그래도 강아지처럼 열심히 기다린 보람인지 나는 감사하게도 한번 더 오디션 볼 기회가 주어졌다.
100명 중에도 700명 중에도 몇십 명 중에도 최종까지 가는 작품이 한 두 개는 있었다.
그러나 결국 최종 2명 최종 3명 안에서 떨어진다.
그럴 때면 내가 최종 2명까지 3명까지 간 건 중요하지 않다.
100명 중 떨어진 99명이 되는 것이니까..
이렇듯 희망고문이 계속 나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존버는 어디까지 버티는 게 존버지?
존버 하다 존나게 시간 버리고만 있는 거면 어떡하지?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있는데 메마른 땅이라
뿌린 씨가 다 말라버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수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최근 정말 간절히 바라던 오디션에서도 결국 최종에서 떨어졌다.
수없이 오디션에서 떨어져 봤지만, 애써 버티고 있을 때 들은 탈락 소식은 모든 걸 한순간에
놓아버릴 만큼 강렬했다.
내가 연기를 사랑하는 것만큼 이 직업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평생 짝사랑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만둘 때를 괜한 희망고문으로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동안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동안 해 온 방법으로는 괜찮아질 수 없을 때, 내가 선택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sns,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내가 원하지 않는 정보나 기사를 보고 우울해질 바에야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 좋다 생각했다.
책은 도끼다로 시작해서 인문학 책, 자기 계발 서책, 스타강사 책,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다 읽었다.
그렇게 꾸준히 읽다 보니 책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말이 있었다.
현재, 오늘 , 행복, 나
곱씹고 적어가면서 하나하나 읽다 보니 책을 통해서 나를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의 나
-경험 쌓는 거 좋아하고 (몸과 마음)
-돈 안 드는 거 좋아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하고
-관찰하는 거 좋아하고
-표현하는 거 좋아하고
-생각을 기록하는 거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훗날의 나
-누군가에게 내가 살아온 삶의 감정과 경험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나를 적다 보니
내가 연기를 사랑하는 이유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일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도, 나라는 사람으로서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배우, 연기 이외에 내가 10년은 꾸준히 하고 있는 것
다이어리 쓰기였다.
꾸준히 나의 감정과 일상을 기록해 온 나의 다이어리는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나만의 에세이를 위한 발판이었다.
좌절의 시기에 책을 통해 발견한 본연의 내 모습은 내가 움직일 힘을 가져다주었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은 글쓰기 이겠지만 나만큼 나의 감정을 대변할 사람은 없고,
나만큼 내가 겪은 일들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작가라고 불릴 때까지 지금 이 순간부터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일들을 하며
배우면서 작가라고 당당히 불릴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