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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Jan 12. 2021

상하이의 밤 #1. 첫만남

안녕하세요, 우리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

"안녕하세요,  우리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


위챗이었다. 5년전인가 업무 관계로 중국에 갔다가 거기 만난 인연의 몇 분과 위챗으로 연결해두고, 간혹 안부나 묻던 일이 있었지만 이 앱이 있는지도 몰랐다. 카카오톡으로 광고가 이런 식으로 오는 걸 봤는데 위챗으로도 이런 마케팅이 요즘 생기나보다. 무시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창 밖을 잠시 응시하다가 폰을 낚아채듯 들었다.


"아니요. 처음 뵙는 분이네요. :)"


"아마도 내가 한국으로 출장을 갔을 것이다. 저는 zhong 입니다. 중국에서 왔습니다. 당신은요?"


"저는 시우라고 합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내가 못본 새 세월이 참 좋아지긴 했나보다. 어색한 말투지만 위챗은 어느새 중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번역을 통해 훌륭히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만나서 반가워요, 미안해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해요. 제가 예전에 한국에 자주 출장을 갔었는데, 가방 무역에 종사했는데, 당신도 대외무역입니까?"


"아니요. 저는 기획일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우린 만난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큰 것 같네요. ^^"


"죄송합니다. 그건 제 조수가 고객의 번호를 잘못 기억한 것입니다. 하지만 만나서 반가워요."


예의바르다. 언제나 그렇지만 예의 바른 사람은 호감이 간다.


"죄송하지 않아도 됩니다. 신선한 교류네요. 저 역시 만나서 반가워요!"


언제부터 내가 채팅에서 느낌표를 자주 썼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얼굴도 알지 못하는 중국인과 한글로 채팅하고 있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조금 흥분했는지도 모른다. 


"내 이름은 ZHONG KEXIN 입니다. ^^"


"반가워요. 제 이름은 Beck si-woo 입니다."


대화가 안끝난건가? 


"중국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오래전 업무 때문에 중국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난 왜 고분고분 대답을 다 하고 있는걸까.


"그렇군요. 예전에는 한국 친구들이 진다오와 Zhangjiajie로 여행하는 것을 자주 봤어요. 중국에 다시 올 기회가 있을 때 저에게 연락주세요. 저는 항주에 있습니다. 상해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이 여성은 상당히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만난 적도 없는, 그것도 실수로 연결된 한국의 남자에게 중국에 오면 연락을 하라니... 아냐. 어쩌면 나만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인연이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니 우연히라도 오면 차 한 잔 마시자는 제안에 깊은 의중을 둘 필요가 있을까. 쿨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가 걱정이지만, 중국에 간다면 연락드릴께요."


"듣기 좋네요. 코로나가 끝난 후에 다시 오세요. 항주 서호의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멋지네요!"


또 느낌표다.


"난 항상 제주도에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가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참 매력적인 곳이다. 중국인들도 많이 온다."


상대의 다소 기계적인 번역 탓에 내 한국어도 서툴러진 느낌이다. 그와 동시에 상대에게 어떻게 하면 더 번역이 잘될까에 대한 고민도 생기기 시작했다.


"네, 마음에 들어요 ^^"


"중국은 이제 코로나가 많이 진정되었나요?"


"겨울이 다시 발발했고, 몇 가지 새로운 사례가 있었고, 정부는 통제중이다."


"안타깝네요."


"한국은요"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우린 최근 수가 하루 1000명이 넘었다가 다시 안정되는 모습이에요."


문장이 엉망진창이다. 번역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난 채팅도 느려서 왠지 대화가 두 개의 유니버스가 평행 우주에서 진행되는 느낌이다.


"한국의 코로나도 곧 통제될 것으로 믿는다. 2020년은 나쁜 해다." 


"중국도 좋게 해결될꺼라 믿어요. 맞아요 2020년은 불행했어요. ㅠㅠ"


"세계 경제가 하락하여 주식 시장이 침체되다. "


일단 싸구려 마케팅은 아닌게 확실하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치고는 꽤 심오한 주제네요."


"그런데 의외로 미국의 주식시장 성과는 놀랍다."


"주식 거래도 하나요?"


stock이라고 쓸까 고민하다 주식 뒤에 거래를 붙였다. 그렇다면 번역 오류는 없겠지.


"나는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 주로 자신의 주업을 위주로 한다. 나는 이전에 이윤을 내고 퇴출했는데, 지금은 관망하는 상태이다."


"오! 대단해요."


또 느낌표..


"아니면 신중함이 주를 이루는가, 너는?"


"번역이 완벽하진 않네요. 무슨 뜻이죠?"


위챗에선 카카오톡의 답장이 '인용'이다. 시행착오 몇번 끝에 알아냈다.


"하하, 죄송합니다. 한국어가 잘 안되네요. 용서해주세요."


귀...귀엽다!


"아니에요. 중국어가 부족한 저를 용서하세요."


"전염병의 발발로 전 세계 경제불황이 발생했고, 투자 방면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결국 돈은 모두 스스로 힘들게 번 것이다."


난 지금 경제학자와의 식사라도 하고 있는걸까? 이런 생각이 가시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도 투자하지 않고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너는? 다시 주식시장에 복귀할 기회를 기다리실 건가요?"


"네. 지금 한국은 너무 높은 지수를 유지하고 있다. 거품이 빠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이것은 올바른 선택이며, 나중에 서로 공유할 기회가 있습니다. ^^"


"맞아요!"


느.낌.표.


"오늘 항주는 거의 0도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도시는 춥습니까"


난 날씨 어플의 사진을 보냈다.


"비슷하네요. :)"


"그럼 너는 보온에 주의해야 해, 이 특별한 시기에 감기 걸리지 말고 ^^"


"당신도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감기 조심하구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비슷한 나이여야 합니다. 저는 1987년에"


나이를 묻는 질문 같다. 비슷한 나이여야 한다는 건 바램일까? 단순한 의문문을 번역과정에서 오류를 겪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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