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우 Aug 26. 2021

이별 혹은 폐업

괜찮아요, 제가 기억할께요.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애물단지 J대표의 연락.


경험에 기인한 불길함이 엄습했다.

카톡말고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교수님, D대학의 교수로 발령났어요."


큰소리로 웃고는 축하한다고 했다.

일단 나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새로운 직장 때문에 폐업하게 되었어요.."


사업자가 생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이별엔 아쉬움과 공허함이 있었을 것이다.


"막상 그런 생각이 드니까 교수님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어요."


"감사한 일이네요. 그러고보니 우린 시작을 함께 했네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표님 개인의 행복입니다. 그간 고생 많이 하셨어요. 또 교수직하면서 창업도 하곤 하시니까요. 제가 또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문득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생아때부터 늘 입원을 했던 아이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대화 상대가 없던 아이의 엄마가 그 시절 같이 간호했던 간호사나 선생님을 찾아와 아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J대표의 사업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우진 못했다. 그래도 그 사업은 J대표에게 때론 자신이기도 했고, 목숨을 걸기도 하는 치열함이기도 했으리라. 어쩌면 J대표에게 난 소중한 기억의 파편일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