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금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시간의 주인 되기

by 박지선

어릴 때 친구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해요. 그 친구는 모성애가 강한 아이였어요. 자기 사람을 정성껏 돌보는 일에 익숙했죠. 너는 이런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겠다며 본인이 다니는 미용실에 데려가거나, 치아교정을 하면 훨씬 보기 좋을 거라며 치과에 데려가는 그런 친구였어요. 워낙 세심하게 신경을 쓰다 보니 그 아이의 애인은 짧은 시간에 환골탈태하곤 했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이전의 모습을 알던 이들은 역시 사람은 손을 타고 봐야 한다며 칭찬이 줄을 서곤 했답니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은 그 친구도, 그 친구의 애인도 모두 흡족하게 만들었어요.


외모만 변했나 하면 그게 아니었습니다. 공부는 또 어찌나 잘 시키는지, 이성 친구의 꿈을 응원하며 로드맵을 짜주기도 했어요. 그 애인(들)의 부모님이 이 친구를 무척이나 좋아할 정도면 말 다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늘 끝은 좋지 않았어요. 외모도 일도 성공 가도에 서고 나서는 꼭 그 친구를 떠나가더라고요? 그 친구의 역할은 마치 딱 거기까지였다는 냥, 너는 나를 여기까지 안내해준 인도자였다는 식으로 미련 없이 가버렸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소식은 덤.


속까지 후벼 파내어 이런저런 사연을 공유하는 게 어릴 때 친구잖아요. 내 친구가 네 친구이고 네 친구가 내 친구가 되다 보니, 별로 원하지 않던 사실까지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그 친구를 떠나간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 얘기를 했지요. “질렸다”라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응원해주는 건 좋은데 도가 지나치다는 거에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는지, 당사자는 이 정도가 딱 좋은데 왜 계속 강요를 하는지, 의견 다툼이 일어나면 다 널 위해 그런건데 왜 화를 내냐는 식이니 도저히 대화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애인이 누구보다 잘나기를 원했던 그 친구의 욕망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고 관계는 파국에 이른 겁니다.


내 배우자가 잘났으면 좋겠고, 내 자식이 잘났으면 좋겠는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듭니다. 이웃나라보다 내 나라가 잘났으면 좋겠으니 전쟁의 기운이 도사리는 거고요. 욕망의 거름은 가까운 데 있다 보니 비교적 쉽게 불이 당겨집니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집착이라는 길로 빠지기 십상이죠. 희생한 만큼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원망이 됩니다. 숭고한 희생은 어느새 화를 내는 사람과 화받이가 된 사람의 응어리로 변모합니다. 비교의 늪은 사람을 참혹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자공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자 공자는 "너는 잘났구나!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라고 했다. —논어ㆍ헌문


자공은 언변이 뛰어나고 사업적 수완이 뛰어난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스승 공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해요. 자공의 단점이라면 너그럽지 않은 성격에 남의 허물을 보면 비판을 지나치지 않았답니다. 수제자 중 하나가 이러니 공자가 얼마나 애석했겠어요. 자공이 평소처럼 타인을 비판하자 공자는 “너는 참 현명한가 보구나. 난 스스로 완벽하지 않아 남을 평가할 시간이 없다”라며 일침을 가합니다. 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재단하고 비판할 시간에 덕을 쌓으라는 가르침입니다.


만약 어릴 적 그 친구가 자기 애인에게 들였던 정성을 자기 자신에게 쏟아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시 그 친구와 제가 나누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제발 너의 그 깐깐한 잣대를 자신에게 적용하라고, 질려서 나가떨어진 옛 애인 그리워 말고 아까워하지도 말라고요. 그럴 시간에 자기를 돌보고 꿈에 다가가는데 애써보자고, 잘난 애인을 옆에 두기보다 스스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보자고 말이지요. 욕망과 비교의 콜라보는 자괴감과 우울감으로 가는 지름길이더라고요.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친구를 끄집어내려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잘 지내다가 관성처럼 다시 그 길로 돌아간 친구의 뒷모습이 그 친구와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덕을 쌓는 사람은 온화합니다. 온화한 사람은 자기를 사랑하듯 타인을 소중한 존재로 여깁니다. 존중하기에 선을 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기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은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 마음과 남의 마음을 헤아려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인생은 사랑만 하기에도 턱없이 시간이 모자라다고 합니다. 남녀노소나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야 할까요? 한정된 에너지를 삿되게 쓰지 말고 시간의 주인이 되는 자가 진정한 승리를 거머쥐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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