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상상 이상의 호평을 받아 놀랄 때가 있습니다. 순간 당혹감은 사라지고 ‘그래. 이제까지 해온 내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래, 이거야!’ 자신감이 붙죠. 이건 다행입니다. 그 반대가 문제에요. 하던 대로 했지만 엄청난 혹평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 한없이 내가 작게만 느껴져요. 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내게 찾아오는 건지 모를 정도로요. 원망스러워도 어쩌겠어요, 누군가 원망한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머릿속에서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상황 역전을 꿈꿉니다. ‘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면 지금 생각한 대로 멋지게 한 방 날리는 건데!’ 짜릿하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원점, 아니 더 처절해.. 이걸 어째요?
허물이 있다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라. —논어ㆍ자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이다. —논어ㆍ위령공
대답 한 번 참 쉽죠(잉~)? 잘못했으면 고치면 된다니. 말로는 누가 못해요? 어디서부터 뭐가 꼬여서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설사 알았다 한들 고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잘못을 인정하자니 자존심 상하고 한동안 손가락질 받으며 실수를 바로잡으려니 눈앞이 깜깜합니다. 도망치고만 싶어요. 아니면 정말 몇 시간 전, 아니 딱 몇 분 전으로 돌아가 토시 하나라도 바꿨으면 좋겠고요. 그러면 지금처럼 최악은 아닐 것 같거든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후회와 분노와 회한의 도돌이표 세계에서 빠져 나와지지 않아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어도 말이죠.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속히 그만둘 일이지 어찌 내년까지 기다리겠소.
—맹자ㆍ등문공하
공자에 이어 맹자는 더 뼈를 때립니다. 이보다 더 직설적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언행이나 일의 절차가 도리에서 벗어났다 느꼈다면 지금 당장 멈춰야지 뭐하고 있는 거냐, 무얼 기다리고 있는 거냐 합니다. 맞아요. 이건 느낌입니다. 양심이 살아 있다면, 사람됨을 잊지 않았다면 옳고 그름이 단박에 느껴지거든요. 굳이 따지지 않아도요. 잘못을 감지했다면 재빠르게 관두라는 맹자의 말은 사람으로서 다 빤히 알면서도 잘못된 길을 강행하겠느냐는 물음이자 호된 나무람입니다. 위아래 상관없이 충언하는 맹자님 정말 멋집니다. 이 정도면 요즘 말하는 핵사이다 MZ세대 느낌, 이거 맞죠?
한 어르신께 들은 얘기가 있어요. 어느 대기업에서 팀을 꾸려 해외 지사 팀원과의 미팅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대요. 10시간이 넘는 비행이었어도 중요한 사안을 다루느라 해외 지사에 도착하자마자 회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환대도 뒤로 하고 오랜 시간의 회의 끝자락에 수정지시사항이 분명하게 떨어졌는데, 해외 지사 직원은 “내일 즉시 시정하겠습니다”라고 했대요. 어떤가요?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나요? 이 대답에 의아한 사람들은 모두 시차 적응 따위 x나 줘버리라며 회의에 임했던 한국 팀원이었다고 합니다. ‘내일’과 ‘즉시’라는 단어 조합이 어울리지 않아서.
악한 일은 하기 쉬워 마치 불이 들판을 활활 태우는데 그 불 쪽으로 가까이 갈 수가 없는 것 같으니 그 불을 끌 수가 있겠는가. —좌전ㆍ은공육년
실수했다면 어서 바로 잡아야겠어요. 잘못했다면 빠르게 멈춰 바른길을 찾아야겠습니다. 작은 불씨를 거대하게 그려 넣은 불조심 포스터가 떠올라요. 불씨 속에 악마가 그려져 있었죠. ‘자나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구호도 연이어 생각이 납니다. “사회부연(死灰復燃)”, 다 탄 재가 다시 불이 붙는다는 뜻으로 『사기(史記)』에 전합니다. 세력을 잃었던 사람이 다시 세력을 잡았던 역사적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우 많이 봤죠?
몇백 년 전이나 몇천 년 전이나 환경은 바뀌었어도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나 봅니다.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나 봐요. 나를 버리는 아둔함이 아닌, 인간 본연의 선함과 도리를 잃지 않고 지켜나가는 착함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선한 방향에서 이탈했다면, 도리에 반하는 길 위에 있다면 주저말고 고쳐야겠어요. 용기내어 다시 하면 된다고 선언해야 겠어요. 반드시 꼭 그래야겠습니다. 내 정신이 악한 불길에 휩싸여 지배당하면 안 되니까, 내 몸이 활활 타올라 온전한 생을 살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