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에서 이런 짤을 본 적이 있다. '남편 얼굴 얼마나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에 이런 댓글이 달린 짤이었다. '중요합니다. 얼굴 잘생기면, 싸우다가도 얼굴을 보면 풀리는데 얼굴 못생기면 싸우다 얼굴 보면 화나서 더 싸워요.' 이 댓글에 반대가 하나도 없는 게 너무 웃겼다.
맨 처음 이 짤을 봤을 때는 뭐야,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왜 저래?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나 역시도 얼굴을 중요시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을.
문제의 그 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기 다른 얼굴과 개성을 지니고 있듯, 우리 모두는 조금씩 취향이 다르다. 쉽게는 좋아하는 음식을 예로 들 수 있다.우리 부모님은 매운 음식을 사랑하시지만 나는 아니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삼삼한 음식들을 부모님은 즐기지 않으신다.
인간은 다양한 선호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따라 살아간다. 그 말인즉슨, 위에서 음식의 예실 들었던 것처럼내가 그닥 끌리지 않는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취향일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별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취향의 다양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가 '외모'에 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외모적으로 가장 예쁘다/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성의 특징을 적어 보라고 하면 다섯이면 다섯, 열이면 열 모두 다른 답을 내놓는다.
누군가는 아이유 님 같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스타일을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는 미쓰에이의 수지 님 같은 긴 생머리의 청순한 스타일을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개인의 취향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의 취향일 뿐.
물론 깨끗한 피부, 큰 눈과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각 개인마다 그 공통점에서도 약간씩 취향이 다른 부분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스트로의 차은우 님이 정말 잘생겼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나는 굳이 따지자면 인피니트 호야 님 같은 분이 조금 더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와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k-pop을 사랑했었던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아이돌을 좋아하며 나는 이 그룹 중 얘가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해! 혹은 얘가 내 최애야!라는 주제로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와 토론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청소년일 때는 샤이니, 비스트, 인피니트 등 k-pop 2세대 말~2.5세대에 해당하는 그룹들이 활동하던 때였다. k-pop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그 때 아이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란 청소년이 있을까. 나는 자연스레 다양한 아이돌 그룹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대략적으로 내가 잘생겼다고 느끼는 외모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다.
여러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며 친구들과 피나는 토론을 벌인 결과, 나는 내가 무쌍꺼풀이나 속쌍꺼풀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편임을 알아냈다. 또 활발하고 애교가 많기보다는 조금 과묵한 듯 하지만 한 번 던지는 말들이 임팩트 있는 사람을 좋게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대표적인 예시가 인피니트 호야 님이었다.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고 바른 청년 이미지를 가진 눈매와 툭툭 던지는 개그가 재미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상형과 현실 연애 사이에 명확한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현실에서 이상형을 기대하지 말자, 그런 생각으로다양한 사람과 연애를 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선 쌍꺼풀이 진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활발한 사람도, 과묵한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연애 경험치를 쌓아가다 보니, 나는 어느 순간 내가 생각보다 외모를 정말 중요시한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니까 밑줄 두 번 친다.
내가 이걸 느낀 건 내 취향이 아닌 사람과 연애했을 때였다. 그 사람은 쌍꺼풀이 짙은 편이었다. 속쌍과 무쌍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진한 쌍꺼풀은 생각보다 너무 부담으로 느껴졌다. 내가 좋다 하니 연애를 시작하긴 했는데, 연애적으로 오글거리는 상황이 다가올 때 심장이 빠르게 뛰기는커녕 차갑게 식었다. 백 날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 주려 해도, 최대치가 '귀엽다'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잘생겼다'라는 말은 죽어도 못 하겠더라.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대학교 4학년 땐가, 취업을 끝마치고 아는 언니와 롯데월드에 가서 교복을 빌려 신나게 놀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번호를 따가길래 별생각 없이 줬다. 연락이 왔길래 나중에 따로 만나니 그 사람이 진한 쌍꺼풀을 가지고 있어서, 더군다나 내가 도저히 감당을 못할 수준의 진한 쌍꺼풀이라 단칼에 잘랐다. 상대방은 고맙게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와 함께하고 싶은 여러 계획들을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듣는 것 자체도 고역이었다.
만약 외모가 내 취향인 사람이 나와 미래를 얘기했다면 내가 그걸 싫게만 들었을까? 예를 들어 무쌍에 깔끔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나랑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 해도 내가 그걸 끔찍이 여겼을까.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나는 '내가 쌍꺼풀 있는 사람들은 정말 취향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다.
단정한 인상도 내가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원래 사람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상대에게 눈길이 간다고 하지 않던가. 살면서 내가 잘 놀게 생겼단 말은 들어본 적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잘 놀게 생긴, 그러니까 나쁘게 말해 날라리 티가 나는 사람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연예인 권현빈 님 같은 분을 잘생겼다고 느끼는 것과 별개로 취향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롯데월드에서 번호를 따간 사람도 얼굴에서 날티가 나서 더 별로였다. 당당하게 수업을 째고 롯데월드를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는 사람이네, 라는 생각보다는 완전 날라리 아냐 이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 비호감 요인이 됐다.
무쌍이거나 속쌍의 부담스럽지 않은 눈매에 단정한 인상. 여기다가 안경까지 잘 어울리면 더 좋은 사람. 정리해보니 아직은 이 정도가 내 취향의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그 정도만 돼도 내가 상대방에게 상당한 매력을 느낄 거라고 자부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이전의 연애도 속쌍에 단정한, 어떻게 보면 너드남 같은 이미지를 가진 순한 사람들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들과는 그리 길게 연애를 하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을 오래 볼 수 없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 짧은 인생인데 내가 사랑하는 걸 봐야지 굳이 내 취향이 아닌 걸 오래 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점차 더운 여름이 찾아오는 지금, 약간 싸늘한 저녁 공기 아래에서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줄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무쌍이거나 속쌍에 안경이 잘 어울리는, 내 취향의 외모를 가진 괜찮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