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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헨젤 May 27. 2022

3. 자기 일에 진심이었으면 좋겠다

당신과 함께 발전하고 싶기에

 5월 21일에 '갤럽 강점 검사'라는 걸 했다. 내로라하는 유튜버들이 시행해서 유명해진 이 검사의 정확한 명칭은 Clifton Strengths로, 강점 진단 도구의 창시자인 도널드 클리프턴(1924~2003) 박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박사는 사람들이 가진 개인적 성향을 34가지 테마로 분류해 이를 '강점'이라 이름 붙이고 이것들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갤럽 강점 검사는 유료 검사다. 준비된 설문지에 답변을 완료하면 34개의 강점 중 내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강점은 1위, 가장 미약하게 나타나는 강점은 34위로 선정되어 순위가 매겨진다. 그리고, 1위부터 34위까지 줄 세워진 강점들 중 상위 5개는 내 '대표 특성'이자 '상위 5개 테마'가 된다.


 강점 검사를 받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이 검사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였다. 그렇다면 어디, 이 검사가 얼마나 나를 잘 드러내는지 보자고. 약간 삐딱한 마음으로 검사를 시작했다. 갤럽 사이트에 접속해 카드를 긁었다. 환율을 포함해 7만원 정도 되는 금액을 결제하니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MBTI를 하듯 큰 생각 없이 설문지에 쭉쭉 대답하다 보니 금세 결과가 나왔다.


 갤럽 강점 검사가 진단한 대표 특성 5가지는 이랬다.


 1. 최상화 Maximizer

 2. 책임 Responsibility

 3. 개별화 Individualization

 4. 개발 Developer

 5. 화합 Harmony


 나의 경우, 최상화 테마가 나의 가장 큰 강점으로 나왔다. 1위 강점으로 등장한 놈이 최상화라니 이름 한 번 독특했다. Maximizer라는 영단어가 Energizer와 닮아 있는 걸 보니 에너지가 과다한 상태를 얘기하는 건가?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큰 기대 없이 보고서를 넘겨 최상화 테마에 대한 설명을 읽었다. 그리고, 이내 뼈를 맞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최상화 테마에 대한 설명은 이랬다.


 "당신의 기준은 평균이 아니라 최상입니다. 평균 이하를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이런 개선에 당신은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에 우수한 수준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이와 비슷한 노력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훨씬 큰 흥미를 느낍니다. …(중략)…"


 당신의 기준은 '평균이 아니라 최상'.


 … 이거 완전 나잖아?! 그대로 음소거 상태가 된 나는 강점 검사 결과들을 아주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최상화 테마의 맹점에 대한 설명도 나 자체였다. "당신은 가능한 모든 성과를 끌어내려는 욕망 때문에 적당한 결과를 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직원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중략)…"


 저 문장을 읽으며 실제로 타인에게 좌절감을 주었던 대학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보고서를 읽는 내내 갤럽 측에서 실제로 나를 엿보고 보고서를 쓴 건 아닌가 생각했다. 과장 두 스푼 곁들여 얘기하자면 갤럽 강점 검사는 사주보다 나를 더 정확히 풀어내는 검사였다.


 자, 그래서 이게 이상형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갤럽 강점 검사가 파악한 것처럼 나는 모든 것에서 기준이 높다. 그래서 취미로 시작한 운동도 잘하고 싶어서 꾸준히 나가고 있고, 지금도 키보드를 잘 친다는 이야기를 들음에도 불구하고 레슨을 듣는다. 나는 멈추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뭐든 끊임없이 발전하고 싶어 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 한다.


 이처럼 나는 취미조차도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노력하는 성격이다. 업무에서도 그런 모습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간호사를 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완벽주의도 한몫하겠지만, 내 스스로 높은 기준을 가진 탓에 나는 한 번 일을 손에 잡으면 모든 것을 갈아 넣는다. 그래서 일할 때 내가 맡은 모든 환자들에게 신체, 정서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간호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환자나 동료들에게 이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 뿌듯하다. 이렇게 나는 업무에 열정적인 태도를 지녔고, 업무에서 인정을 받을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내 스스로가 맡은 일에 진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어서일까. 나는 어릴 때부터 조별과제에서 설렁설렁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회의를 할 때마다 능구렁이처럼 이 정도면 됐지~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그들이 보이는 껄렁한 태도를 도무지 이해하질 못했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물론이고, 그러한 태도들이 상당히 책임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며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자신의 일을 대충 하는 태도가 포착되는 순간 정이 확 떨어지곤 했다. 친한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친구 한 명이 알바를 가기 싫어하며 학교 핑계를 대고 놀러 가는 걸 봤었는데, 그 후로 그 친구를 온전히 좋게만은 볼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은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나는 업무를 할 때 일을 대충 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좋다. 좀 더 발전된 방향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좋다. 반대로, 대충 시간만 때우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다. 직장에 놀러 온 건지 아니면 일을 하러 온 건지 모르겠는 사람은 딱 질색이다.


 내가 내 일에 진심이기 때문에, 내 이상형 역시도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거기에 책임감을 느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좋다. 그렇다고 일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회사에서만 사는 사람은 별로다. 단지, 그날 하루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눌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정서적으로, 일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겠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렇게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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