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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손가락

by 최서희

손가락

못생긴 검지손가락

받기만 하고

모른 척하면 그만인데

못생긴 마음은

자꾸만 퍼주라고 하는데

내 것이 나가는 건

길에 떨어져 발에 차이고

옷에 떨어져 바람에 날리고

입술에 떨어져 말이 되어 옮기어가고

다른 이의 마음에 떨어져

지워져 버릴까


내 것이 나가는 건

웃음이든 눈물이든 멍든 마음이든

맘이 싫다고 하여

내 것이 나가는 건

용서할 수 없어

귀 막고 눈 감고 마음까지 닫아

빗장까지 걸어 잠그고는

잔다

나는 잔다

눈 감고 귀 막으면

그저

나는 자는 것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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