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사투

by 자스민

친구들과 휴일에 산행을 했다.

이번 산은 우리 모두 초행 등산이라 이곳에 안내판을 보면서 걸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숲 속의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즐겁게 올라갔다.


산 중턱에 오를 때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졌다.

안내 표지판조차 보이지 않았고 이른 시간이라

등산객들도 없었다.

숲 속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우리의 시야를

방해했다.

내 핸드폰 지도를 보니 왼쪽 길로 정상을 가리켜

우리는 지도만 믿고 따라갔다.

한참을 산을 오르는 중에 저 멀리서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렸다.

우린 잘됐다 싶었다

이유는 산 정상으로 가는 이 길이 맞는 건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랴 부랴 빠른 걸음으로 우린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을 즈음 그 사람들은 큰 나무 뒤로

몸을 숨겨 버렸다.

우린 서로 얼굴을 보며 눈빛으로 무언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몇 초도 안돼서 우릴 향해 무서운 표정과 총을

겨누며 갖고 있는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일단 살아야 하기에 우린 각자 지갑들을 통째로

주면서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하며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들이 우리들 지갑을 보는 사이에 친구들은

냅다 도망을 쳤다.

나 혼자 남겨두고~

그런데 난 평발이다

뛰는 거에 자신이 없었기에 돈은 얼마든지 필요하면 더 드리겠다고 울면서 애원을 했지만

그들 얼굴을 내가 봤기에 살려 둘 순 없다며

총으로 나의 왼쪽 가슴에

탕~~~~~!

하고 쏴버렸다.

나의 왼쪽 가슴은 뻥 뚫린 채 아픔과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 피는 줄줄 흐르고 있는 걸 보며

엄마야~!!!!!

하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

내 옆에서 누군가 흔들어 댔다.

바로 남편이었다.

새벽 5시 무서운 꿈을 꾼 것이다.

남편은 아직도 덜 자라서 꾸는 꿈이라고

장난을 쳤지만 왼쪽 가슴의 아픔은 꿈에서 벗어

났는데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렸다.

난 몇 해 전에 건강검진을 받다가 가슴에 혹을

발견하게 됐다.

크게 신경 쓸 혹이 아니니 1년에 1번씩 정기검진을 하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착실하게 잘 지켰다.

오늘이 1년이 흐른 뒤 정기 검진이 있는 날

미리 예약한 시간보다 좀 더 빨리 병원에를

도착했다.


병원에는 환자들이 많아 예약한 시간을 훌쩍 넘어 대기시간이 1시간 40분이나 길어져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대기 시간은 환자들의 인내를 가르친다.

내 차례가 되어 초음파실로 들어가 원장님께서

검사를 하시다가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모니터를 보여 주면서 혹 하나가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말씀과 세포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말씀에 난 울컥 울 뻔했다.

그리 걱정할 혹이 아니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내 귀엔 걱정이 앞섰다.

세포검사를 진행 후 5일 후에 결과가 나오기에

다시 병원에 예약을 잡아 두었다.


어떻게 5일을 견뎌야 하는지!

또 나쁜 결과로 나오면 어떡하지?

갑자기 온갖 걱정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차 안에서 펑펑 눈물을 쏟고 운전하는 내내

어두운 마음을 안고 가는데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니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었다.

살아계셨다 해도 난 말을 하지 않았을 성격이었다.

아직은 결과가 안 나왔기에 가족들한테 까지

걱정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5일을 기다리는 동안 하루하루가 더디 지나가며 온갖 생각들로 인해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다가도 밤이 되면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를 만들어 또 생각하게 되니

잠까지 설치게 됐다.

매일 평상시와 똑같이 괜찮은 척했지만

나의 마음은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엮여서

힘들었다.

내가 죽으면 애들 불쌍해서 어쩌지?

나 아직 하고 싶은 거 너무나 많은데~

버킷리스트 절반도 못 채웠는데~

살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하며 외쳐대고 있었다.

더 어두운 마음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모든 걸 하느님께 맡겼다.

알아서 하시라고!

저 살면서 정직하고 착하게 살았으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시라고 배짱도 부렸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째 되는 날~

결과를 보러 병원에 방문하는 날

또 대기시간이 1시간이 흘렸다. 나의 속은

아주 새까맣게 타 들어갈 즈음 내 이름을 불러

진료실에 들어갔다.



인사를 하고 내가 먼저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 암인가요?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혹 모양은 비슷해서 세포검사를 했는데 암은 아니네요"!

하시며 6개월 후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휴~~~~~~~

다행 다행이었다.

이렇듯이 5일간의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지금 암과 싸우는 환우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거 같다.

그들 또한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암이 발견되어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병마와 싸우는 그들을 위해 기도해본다.

그들이 하루빨리 쾌유돼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기를 기원해본다.

지난주 내가 무서운 꿈을 꾸었던 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총을 맞은 왼쪽 가슴에 모양이 안 이쁜 혹과

잘 지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