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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Oct 20. 2022

25.비전문가의 캐빈, 정비, 일반직 이야기

항공사 직원도 모르는 항공  업무의 잡다한 지식

수 없이 많은 졸업생들이 항공사의 캐빈승무원으로 취업하길 희망한다.


나는 사실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캐빈승무원이라는 직종이 꿈꾸어왔던 직업과는 괴리가 깊어 단시간 내에 이직률이 제일 빠르다는 점과 평생 시차와 밤샘 비행으로 인한 피곤에 적응해야 하고, 뛰어내릴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 길게는 15시간 이상을 진상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등 화려한 겉면과는 다른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취업 시에도 상당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코로나 19 이전을 기준으로 당사의 경우 약 100:1을 통과해야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너튜브에 손가락 몇 번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어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실무 면접관으로서 5~6차례 면접 경험을 가지고 있는 팀장으로서 한마디 거든다면 너무 튀지도 말고 너무 평범해 보이지도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공사마다 선호하는 캐빈승무원의 경향성이 있다는 점도 첨언해 두겠다. 그러니 학원에서 일괄적으로 교육하는 내용을 등한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맹신해서도 안된다.


사실 글을 쓰면서도 나 조차도 어렵게 느껴진다.


면접관은 많게는 하루에 100여 명 이상의 지원자를 짧은 시간 내에 판별해야 한다.


하나의 순번에 약 8~10명의 지원자들이 실무 면접을 위해 일렬로 입장하여, 최대 인당 2~3번 정도의 짧은 답변 기회를 마치고 퇴장하게 되는데 그 사이 면접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단정한 용모 외에도 간절한 눈빛, 그리고 명료하고 명확한 발음을 통해 발성되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가 대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솔직히 답변 내용은 그다지 변별성 있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관들은 어느 정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화의 통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라는 터무니없는 질문은 던질 수 없다. 그러니 답변 또한 어느 정도 정형화를 피할 수 없지 않을까 한다.


다만 학원에서 배운 대로 자신의 생각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답변을 수 없이 거울을 보고 연습한 미소로 가린 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을 면접관은 모를 수 없다. 팀장급의 면접관은 이미 사회생활을 20년 이상 해왔기에 그 정도의 눈치는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또한,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하루 동안 너무도 많은 지원자를 보고 짧은 시간 내에 평가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직감과 첫 느낌에 의존하는 편이지 질문의 대답 내용이 과도하게 엉뚱하지만 않다면 실질 그 내용에는 그다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첨언한다. 실무면접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경영층 면접은 이미 1차 실무 면접에서 외모, 인상, 느낌을 통과한 지원자들만이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을 상대하기 때문에 좀 더 집중력 있게 지원자의 답변 내용에 방점을 두고 면면을 살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간절하게 원해서 약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했지만, 단기간 내에 회사에 각종 불만을 많이 가지게 되는 직종도 사실 캐빈승무원직이다. 단일 직종의 수가 사내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한다던가 세밀한 터치식 정서관리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규칙적인 비행을 해야 하는 직종의 특성상 사내의 주요 정보를 얻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며 정보의 제한으로 인한 오해와 입사 전의 간절함이 사라진 후 다소간은 경직된 기수 문화 등으로 인해 마음 상처받을 일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젊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 미련과 후회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외부에서 보는 것에 비해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음을 사전에 예상하고 이 찬란한 직업에 도전할 젊은이들이 전 세계의 유명 도시에서 직업과 여행을 병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내가 본 정비사는 흠... 항공사에서 제일 혹독한 근무환경 속에서 가장 묵묵히 근무하는 직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대다수 남자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과거에는 밤샘 근무 후 새벽에 퇴근하면서 술자리도 엄청나게 많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최근의 젊은 정비사들은 그 시간에 아마 운동을 하지 않을까.


사실 그들의 근무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여름과 한겨울 공항의 주기장을 내려가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자. 인천공항에서 근무할 당시에 손님 가방을 Offload 하여 탑승교 밑에서 잠시 가지고 올라오는 1-2분 사이에 온 몸이 추위에 얼어버린 기억은 잊히지가 않는데 그들은 혹한의 추위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 속에서 밤을 새워가며 오직 안전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일반직은 흠.. 주관적으로 봤을 때 항공사에서는 제일 불쌍한 직종으로 보인다.


평균적 학벌로만 추정컨대 고등학교 시절 제일 공부를 잘했을 그들은 대한민국 그 어떤 회사의 사무직과 마찬가지로 따로 쟁여놓은 기술이 없다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는 직종이다.


반면, 최고 경영진에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직종이기도 하다.


항공사에는 해외 주재원의 기회가 있는데 가능한 직종은 일반직, 정비직, 운항관리직 정도라고 봐야 하고, 그중 영업, 공항, 화물 지점장 등 해외지점의 주요 보직은 모두 공채 출신의 일반직들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 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으로 회사의 주요 정보와 의사결정의 한 축을 다루고 있는 직종이기도 하며 젊다면 타 업종으로의 전직도 용이한 몇 안 되는 직종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항공사에는 운항관리직, 의무직, 항공AE직 등 다양한 전문적 직종이 존재하기에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고비용 저효율적이지만, 취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의 달란트에 맞는 직종을 선택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항공사의 최고 경영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마음으로 각기 다른 다양한 직종의 업무환경을 직시하고 그에 걸맞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다 소문이 나 있는 항공사 취업 후 제일 큰 혜택인 우대항공권에 대해 간단히 첨언하면,


일단 입사 후 부여받는 항공권은 직계가족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편도 70회의 서브로 티켓이 (SUBLO, Subject to load, 좌석이 남아 있을 때 탈 수 있는 대기 항공권) 있으며, 신혼여행, 장기근속, 효도항공권(만 60세 이상 부모님 여행을 위해 배정되는 항공권)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노서브(NOSUB, Not subject to load, 확약 가능 항공권)이 부여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코노미 클래스 확약 가능 및 비즈니스 대기 항공권으로 나오기 때문에, 자리가 남으면 운 좋게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도 가능하다.


서브로 티켓은 통상 ZED(Zonal Employee Discount)라고 부르는데, 항공사 직원의 여행을 위해서 1994년 소수의 항공사가 다자간 계약을 체결하여 시작한 협정이 현재는 180여 항공사가 가입하여 항공사간 상호 할인요율을 적용하여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당사를 기준으로 ZONE FARE(구간별로 나뉜 할인 항공권 금액. LOW, MID, HIGH로 나뉜다.) 규정에 따라 한국에서 4,560마일 떨어져 있는 인천/하와이 편도 항공권은 세금을 제외하고 37달러 정도, 525마일 정도로 가까운 인천/오사카 편도 항공권은 14달러에 탑승을 할 수 있으며, ZED 계약이 되어 있는 전 세계 대다수 항공사(고려 항공은 불가)도 모두 각각 계약된 조건으로 탑승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회사만 안 다니고 여유 자금만 있다면 여행은 가성비 있게 실컷 할 수 있다.


그러나, 늘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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