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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Aug 08. 2022

01. 나는 국적 항공사 직원이다

조종사, 일반직, 해외 주재원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잡다한 지식 사전

PROLOGUE



“팀장님께서 쓰신 책이라면 저는 기꺼이 내돈 내산 하겠습니다.” 한 후배 녀석의 지나가는 한마디가 다시 내 마음속에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가슴이 뛰었다. 성격이 급해 3주 만에 내리 초안을 완성해 버렸다.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종암동의 오두막집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청춘을 바친 문방구집 아들로 커가며 취학 전부터 매년 판매를 위해 놓여있던 새 자전거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미운 7살이었고,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어린이 드라마의 인트로를 찍은 초등학교를 평범하게 졸업한 후에는 깡패 학교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청량리 인근의 중학교를 거쳤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던 담임선생님께 ‘바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어리숙했다.


그 시절 고려대학교 뒷산인 개운산 자락에서 본드를 불던 친구들과 어울렸었고, 유명 의류 상표 바지에 필이 꽂혀 사촌누나에게서 3만원이라는 거금을 빌려 사 가지고 들어온 순간 아버지의 ‘니가 삼성 이병철의 아들이냐’는 호통에 때 이른 가출을 하여 친구들이 본드를 불던 그 장소에서 처음으로 담배를 사서 10 개비를 내리 피우고 반나절을 기절 후 귀가하였다.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4년제 대학을 가지 못하는 실력이었으나, 대학로에서 기타를 들고 같이 버스킹을 하며 노래를 부르던 고 3 시절 고마운 친구가 학력고사 후기 시험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합숙을 하며 족집게 과외를 시켜준 덕분에 간신히 지방대 영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천안에서 자취를 하며 술에 탐닉했고 보잘것없던 지방대 도서관의 책을 모두 다 읽어 보리라는 꿈은 술에 취해 공과대 학우들과 뒤늦은 패싸움을 하다가 도서 수첩을 잃어버리면서 접어버렸다. 록카페와 밤새워 만취하기에 지쳐갈 때쯤 영어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당시 최초로 국내에 도입된 TOEIC 시험에서 700점대를 받아 전교 2등이라는 성적으로 엄청난 기쁨을 맛본 후로는 공부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등꼴브레이커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여 용돈을 받아 해외 어학연수랄 것도 없는 필리핀에서의 2개월을 알차게 보내며 영어회화에도 눈을 떴으며 해묵은 열등감을 없애고자 서울의 중앙에 위치한 대학으로 편입을 해서 최종 학력은 학사이다.


약간은 소설 같기도 하고 자기 계발서 같기도 한 애매한 포지션의 이 책은 그 이후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에 취업하면서 경험하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해 나간 글임을 밝힌다.


돌이켜보면 항공사에 취업해서 전 세계 다녀보지 못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행을 했다.


팔라우와 필리핀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의 여행은 기네스 맥주의 원조인 템플바 스트리트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었고, 런던 여행에서는 길거리 햄버거를 먹어가며 돈을 아껴 뮤지컬 맘마미아를 직관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는 잊지 못할 가족여행을, 타이 항공을 타고 칠순의 아버지와 방콕의 카오산로드를 거쳐 네팔의 카트만두, 포카라를 통해 안나푸르나를 14박 15일로 트레킹 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렸으며, 호주에서는 뒤늦은 배낭여행을 시도하여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까지 그레이하운드로 달려가며 온 세상에서 모인 젊은 백패커스들과 맥주 한 병에 웃고 떠들며 밤을 새울 수 있었다.  


사이판 괌은 몇 번을 갔었는지 기억 못 할 정도로 매년 가족 여행을 다닐 수 있었고, 동남아의 대다수 취항 도시와 일본 여행, ANA항공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하네다 출장, 중국으로의 골프 여행, 시애틀에서 캐나다 밴쿠버로의 자동차 여행을 통해 오랜만에 만났던 대학시절의 친구와의 술자리도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스탠바이 티켓이긴 하지만 부모님께서도 아들 덕분에 싼 가격에 많은 여행을 즐기실 수 있었다. 그렇게 항공사를 취업하면서 가족 모두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회사를 입사한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러워 회사 로고가 새겨져 있는 트레이닝복을 일부러 입고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고, 출근해서는 회사 배지를 가슴에서 떼어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 오십이 훌쩍 넘어 버렸고 조선시대 선비였다면 이미 양질의 책을 수권은 써 내려갔으리라는 착각을 하며 항공사에서 얻은 한낱 보잘것없는 경험과 지식을 책이라는 지면을 통해 기록하고 싶어졌다.


글을 써내려 가며 어디선가 읽은 문구가 떠 올라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음을 소회 한다.


“책을 내는 것은 단지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지적 유산을 물려주는 소중한 봉사이다. “


이 한 권의 책이 조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막상 조종사가 된 후의 삶에 대한 궤적의 간접경험을, 해외 주재원을 꿈꾸는 신입사원에게는 희미한 등대가, 항공사에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소박한 가이드라인이 되길 바란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인물들께는 최대한 모두 사전 허락을 구했으며, 그럼에도 혹자에게 기분이 나쁘게 읽히셨다면 정중한 사과를 드리고 싶다. 삭제를 원하신다면 모두 폐기하고 수정하여 발간할 것을 약속드린다. 또한, 기술한 모든 내용에 약간의 과장과 기억의 흐릿함 에서 오는 불완전함이 있을지언정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음을 밝힌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분명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지식들을 유려하게 펼쳐내지는 못했으리라. 그저 거친 펜 끝으로 이젠 흐릿해져 가는 기억의 한 켠을 꺼내 써내려 갔으며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흥미롭게 읽은 독자 분들이 있고 생생한 육성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언제든 맥주 한잔, 커피 한잔과 더불어 미천한 경험들을 나누어 드릴 수 있다.


어차피 은퇴 후에는 사회에 봉사하는 차원에서라도 이런 기억의 편린들을 조금이나마 필요로 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장차 항공업계에 뛰어들고 싶은 학생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존경하는 부모님과 장모님, 누구보다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내 인생에 딸은 없었기에 둘째 아들로 입양한 반려견 ‘로하’에게 바친다.



2022.8.8

무더운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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