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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 Nov 22. 2022

50.나는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 직원이다.

EPILOGUE..

거의 매일 비행기를 보내고 나오는 길에 유니폼 넥타이를 풀러 주머니에 찔러 넣고 워키토키를 충전기에 놓아둠과 동시에 사무실 밖으로 나가 길 건너편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는 하와이의 싱그러운 바람과 햇살을 만끽하며 그날의 비행편을 복기하고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냈었다.


쾌청한 하늘과 탁 트인 시야를 통해 저 멀리 높고 낮은 산들이 보이는 그곳이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 되어 당시에는 넘지 못할 것 같았던 수많은 고민들의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었고, 사람들이 지나쳐만 가는 장소에서의 심리적 안도감 속에 힘겨움의 눈물을 삼키기도 했었다.


복귀 후 다시 찾은 여행에서도 꼭 그곳을 들려 시선에 맞춘 반가운 사진을 찍어 두곤 한다. 어쩌면 나에겐 하와이에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이기에.


지금도 눈에 선하다.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 울고 웃었던 소중한 추억들이 있었기에 먼 미래에도 쉽사리 머릿속 한 귀퉁이 기억의 저장소를 떠나지 않을 듯 싶다. 오히려 망막으로 전해지던 하와이의 찬연한 색감만이 바래질 뿐 사람들과 교감했던 시간들은 더욱 선명해질 터이다.


누구의 손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점점 직원들의 손 때가 묻어가던 카운터의 전경도 그립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서 점점 베테랑이 되어가는 그들 덕분에 나의 할 일도 줄어들었는데, 그럴 때면 간혹 손님들을 정성껏 수속하는 모습을 멀리 떨어진 수하물 검색 테이블 위에 걸터 앉아 엉덩이가 아파오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보며 ‘힘들었지? 그래도 잘했어 임마. 진짜 수고 많았어!’라는 자기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랬다.


이미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지만 평생의 제일 힘들었던 기억을 남긴 그곳에서 나는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치열하게 견뎌냈고, 젊은 날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선택한 항공업계의 다양한 업무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살아냈다.


수미쌍관이랄까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누님처럼 입사할때 배치받은 그 팀에 다시 앉아 있다. 그 사이 얻은 다양한 경험과 서투른 지식을 더 늦기 전에 전달하고 싶었기에 하릴없이 사족이 길어지기도 했다.


최소한의 품위와 밥벌이라는 대척점에서 직장인의 삶은 늘 고민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본인이 선택한 길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경제학의 원칙 중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어구가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항공사는 전통적으로 외생 변수에 취약한 업종이다. 환율, 유가, 전쟁, 천재지변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회사의 수익성 창출에 심대한 영향을 주며 서비스에 민감한 문화에서는 운송업 이전에 서비스업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어져 있다.


 다양한 직군들의 다양한 요구사항과 애로점은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난제일 수 있으나, 그 속에서 한데 어우러져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간절히 원했던 업무를 다이내믹한 환경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봉보다는 여행을 선호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항공사를 선택한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평균 근속연수도 타 산업군에 비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이러한 항공업계의 특성을 취업 전에 알고 있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돌이켜보면 차라리 무지했기에 이렇듯 거의 30여 년에 가까운 삶을 행복하게 항공사에서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전히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뛰고 이륙할 때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와 구름과 하늘은 너무도 아름답다. 이런 설렘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고 항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게 만든 버팀목일 것이다.


오늘도 등 뒤에서 귓가를 가르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정겹다..


마지막으로 대학시절 가장 좋아했던 Robert Frost의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이라는 영시의 마지막 문단으로 글을 마감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딘가에서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2022, Copyrighted by MAC.

All right reserved.

Somewhere over the RAINBOW..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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