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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Nov 27. 2024

어닝 콜 결과, 향후 전망

Self-Care essay ② - 당신의 어닝은 무엇인가요?

인생의 비바람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누군가의 어닝인가요?

당신의 어닝은 무엇인지 돌아보세요.

비바람을 맞으며 나를 지켜주고 있는 존재

또는

내가 어닝이 되어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으신가요?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나에게 가치 있는 어닝(awning)을 위해

어닝(earning) 한다면 바쁜 삶에

조금 더 의미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첫눈이 오늘처럼 이렇게 함박눈으로 많이 온 적이 있었나? 폭설에 가까운 첫눈이 오자 오픈채팅 대화방에 온통 나루와 나루의 반려카 캐욤, 그리고 어닝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 자발적 퇴사를 하고 갑자기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 자유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내 친구 나루. 

  정말 느긋하고 행복하게 백수 라이프를 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루는 모든 하루를 온전히 자신이 세팅해야 하는 느긋함에 익숙지 않았다. 다시 구직하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장롱을 열어 넘나 오래 묵혀 두어 살짝 곰팡이가 핀 면허증을 꺼내 들었다. 그래, 일자리 구하기 전 시간 많을 때 그리고 더 늙기 전에 차도 뽑고 운전 연수도 받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나루가 차를 사지 않고 운전을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 때문이었다.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면 가구 당 소득원이나 주거 환경 등을 고려하여 자동차 환경을 정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생각해 왔다. 아니 더 심플한 속내를 말하자면, 좋은 차를 이미 타고 있거나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차를 사줄 수 있는 그런 배우자를 만나는 꿈도 꾸었더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결혼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나루는 이제 스스로 차를 뽑기로 한 것이다.


  주변 지인들은 나이나 직장 생활을 해온 세월로 보면 C-Class 정도는 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나루에게는 그저 물색없는 소리로 들렸다. 나루에게는 모아둔 돈도 별로 없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언제까지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직장 생활하는 내내 번 돈은 일주일에 5회 이상 받는 택배상자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자신의 과거에 현재를 더하고 거기에 미래를 나누는 등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린 나루는 일시불로 H사의 경차(또는 준경차(?)) 캐*퍼를 데려오는 매우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 


  찻값 1,960만 원에 선팅이랑 블박에 6~70만 원, 탁송료 35만 원, 보험료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으로 마일리지 환급받으면 대략 60만 원, 운전연수는 정식 운전학원에서 약 30만 원, 그리고 뭔가 다른 경로의 도로연수로 30만 원.... 2,200만 원 꿀꺽! 늦은 나이에 반려카를 얻은 나루는 일단 캐요미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캐요미의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선다. 주택에 사는 나루는 캐요미를 위해 무려 600만 원 정도를 들여 주차장 공사를 하고 어닝까지 달았다. 2,800만 원 꿀꺼억!


뒤늦게 귀하게 얻은 나루의 반려카 캐요미, 어닝(천막) 밑에서 눈비 걱정 없이 귀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중한 캐요미를 위한 어닝 시공이 끝나고 나루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주제는 어닝이었다. 어닝을 다니까 이제 한결 안심이 된다느니, 어닝 핸들은 고리에 걸어 놓고 쓰는 것이냐 등 수다를 떨다가 문득 너의 어닝은 누구냐? 아님 너의 어닝은 무어냐? 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어닝에 대한 콜, 그야말로 어닝 콜이었다 ㅎㅎㅎ 


  참고로 이 글에서 어닝이란 경제용어 '어닝쇼크'나 '어닝 콜'할 때 “어닝(earning)”이 아니라, “어닝(awning)”으로 창이나 문 위에 빛이나 눈비 등을 차단하는 천막(가리개)을 말한다. 카페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사용해 왔으며 차광은 물론 눈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집의 외부 창에서도 많이 설치한다고 한다. 경제 용어 어닝 콜(Earnings Call)은 상장 기업들의 중요한 이벤트로,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주 및 애널리스트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기업의 현재 상태와 미래 계획에 대해 논의하는 전화 회의를 말하지만 나에게 어닝 콜이란 어닝을 달고 난 후 나루와 한 전화 통화를 말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당신의 어닝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논의였다.


  나루와의 어닝에 대한 통화(어닝 콜)를 끝내고, 나는 나의 어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인생의 비바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은 무엇인가?

  보호자 역할을 해 줄 연인?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님?

  더울 땐 시원하고, 추울 땐 따뜻한 아늑한 주거 공간?


  그러다 문득 내가 내 꿈의 어닝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들고 너덜너덜해지더라도 내 꿈은 지켜주고 싶다. 

  소중한 내 꿈의 어닝이 되고 싶다.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좋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생각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작고 여리지만 소중한 내 꿈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내가 어닝이 되어 줄 것이다.


작고 여리지만 소중한 내 작가의 꿈! 내가 어닝이 되어 줄게!


당신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


당신을 지켜주고 있는 존재,


“당신의 어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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