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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 글쓰기

조건에 맞는 글 쓰기의 이론과 실제

by Growood

안녕하세요. 어떻게든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토리입니다.

오늘은 "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블로그 글쓰기등으로 유명 작가가 되신 분들이 자주 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라.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써라.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다.
자신만의 경험을 쓰면 이미 훌륭한 한 편의 글이 완성된 것이다.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조언입니다. 생산자보다 소비자의 입장이 익숙한 사람이 글쓰기 소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이나 지인과의 대화 등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맛깔스럽게 뽑아내는 것. 글쓰기 초보에게는 이런 것들이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연할 때, 글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정해진 주제에 따라 글을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정해진 주제나 정해진 첫 문장에 이어서 글을 써보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첫 부분을 제시한 글쓰기 책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첫문장글쓰기.jpg 첫 문장 글 쓰기 책 <출처 : 첫 문장, 서점 리스본 p.72~73>

글짓기 백일장이나 그림대회 등에 나갔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대부분 글의 주제나 그림의 풍경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제나 풍경이 정해져 있어도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쓰고 같은 풍경을 보면서 그려도 결과물은 결국 작가 자신을 담아내게 됩니다.


자, 그럼 이제 저와 같이 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 보시겠습니다. 이번 주는 아무래도 새해의 첫 주라서 "시작" 또는 "2025년 결심" 등이 화제어입니다. 그러면 그런 키워드를 주제로 (다음의 조건에 맞게)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주제 : 시작의 어려움

조건 1 : "시작이 어려운 이유~"라는 문구로 글을 시작할 것

조건 2 : 도입 부분에 시작이나 결심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넣을 것

조건 3 : 현재 자신의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경험 소개하기

조건 4 : 자신의 글쓰기의 목표 또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 인사이트를 포함하기

위의 조건에 맞게 1,000~1,500자의 수필을 작성해 보세요.


글을 쓰는 데 시간 부족이 늘 문제인 경우라면, "조건 5 : 초고부터 발행까지 시간은 00분"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제와 조건을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주제를 명확히 하고 글을 쓰게 되면 목표가 뚜렷해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방황하지 않게 됩니다. 주제를 좁히고 조건을 설정하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고, 제한된 시간 안에 쓰면 빠르게 핵심을 전달하는 연습이 됩니다. 또한 조건에 맞춰 글을 쓰다 보면, 글의 형식과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만의 문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 보시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신다면 자신만의 스타일로 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주형쓰기.jpg

저도 위의 조건에 맞춰 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시작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한 가지 경험이 떠오른다. 졸업 논문을 쓸 때의 일이다. 논문의 주제는 흥미로웠지만, 개요를 짜고 첫 문장을 쓰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글을 못쓰는 나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논문을 한 번 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 논문을 못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학교 교육에서 실질적인 작문 수업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던 한국 학생이 일기도 아니고 논문? 그것은 어쩌면 못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은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주저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와 관련이 깊다. 나처럼 자신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준비 과정이 끝없이 길어지고, 결국 이는 미루기나 게으름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변질될 수 있다. 완벽 추구의 다른 이름이 미루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새롭다.


이렇듯 핑계는 부족한 나와 마주치기 싫어서 튀어나오는 방어 기제다. 나는 “성인의 문해력을 높이는 어휘”와 “초보를 위한 읽히는 글쓰기”에 대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동안 시작하지 못했다. 바쁜 일정을 핑계로 삼았지만, 사실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 쓰고 싶어서 온갖 핑계를 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느리고 미숙하지만 글쓰기와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올리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작은 시작이었지만, 일단 시작한 나를 많이 격려하는 중이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무엇이 바뀌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다. 지금도 주기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든 순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작은 성취들이 쌓여 가고 있다. 매일 쓰는 글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계속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언어 민감도가 살아나고 있다. 뭔가를 접했을 때 글감으로 전환하고 싶은 세포들도 긴 잠에서 깨어 나는 중이다. 나의 글쓰기 경험은 누구보다 나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시작은 결코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지속하면 결국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


자발적인 글쓰기는 언젠가는 확고해질 나만의 콘텐츠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맥을 쌓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글쓰기를 지속하면서 우리말 어휘에 대한 나의 관심과 목표를 더 구체화할 것이다. 언젠가 “창의적인 글쓰기를 도와주는 어휘이야기”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렇듯 글쓰기는 부족한 나 자신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 속에서 성장할 기회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건 그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 못하는 나를 마주하는 용기를 내어 시작한 나. 잘하게 될 나를 마주하면 꼭 칭찬해 주고 싶다.



제가 정한 조건에 맞게 제가 작성한 글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훈련을 통해 글쓰기 기초체력을 기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직접 써 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어떤 이론을 접해도 그것은 결국 읽기라는 이해활동입니다.


이해→표현, 소비자→생산자, 독서→글쓰기


이런 전환을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역방향으로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표현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이나 불편을 잘 알아야 성공하는 생산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원리로 독서를 많이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해진 주제와 형식으로 글쓰기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말씀드렸습니다.

2025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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