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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끝판왕은 칭찬인데, 심보 끝판왕은?

언어 감수성 높이기 프로젝트 2 - 공통점과 차이점 발견하기

by Growood

직장에 다니는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최근 글 쓰기를 시작했다고 하니까 <인간관계 어휘> “심보 vs 인성”을 글 주제로 추천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갑자기 왜?라고 물었더니, 직장 동료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했는데 심보나 인성이나 모두 마음과 관련이 있는데 뭔가 다르다고 하면서 사진을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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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나쁘지만 심보가 나쁘진 않은 부장, 인성과 심보 둘 다 나쁜 주임. 주임이 뭔가 더 나쁜 것 같긴 한데.... 심보와 인성을 글 쓰기를 통해 분석해 보라는 의뢰(?)에 일단 주변에서 언어 감수성이 발달한 친구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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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친구의 말대로 심보는 못된 인성의 표출인가?

위와 같은 경로로 심보와 인성에 관한 궁구에 들어간다.


대인관계(사회생활) 언어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로 “심보”와 “인성”이 있다. 둘은 모두 인간의 성격이나 내면과 관련한다. 사전적 정의를 바탕으로 살피면 심보는 "마음의 쓰임새나 태도, 또는 그 본바탕"을 뜻한다. 심보의 포커스는 마음보다는 마음을 쓰는 속 바탕에 있다. 쉽게 말해, 누군가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 즉 자세나 태도를 이야기한다. 이에 비해 인성은 사람의 성품에 포커스를 둔다. "개인이 지닌 도덕적, 윤리적 성향이나 성격의 본질"로 정의된다. 인성은 (상대를 대하는 자세나 태도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전반적인 성향이나 성격을 설명할 때 쓰인다.

심보와 인성 모두 인간의 마음과 관련이 있지만 심보는 타인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에 관심이 있고 인성은 사람의 성품에 관심이 있다고 하겠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인성은 긍정이나 부정의 상황 모두와 잘 어울리는 반면 심보는 부정적인 말들과 만났을 때 더욱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님은 심보가 참 고와서 직원들에게 항상 따뜻하게 대해" 같은 문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심보의 긍정적인 용례는 낯설다. 온라인 용어 데이터 분석 결과도 심보가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된다는 걸 뒷받침한다. 사람들은 "심보가 고약하다", “못된 심보” 등은 많이 써도, "심보가 곱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동의하기 어렵다면 부장님께 직접 “심보가 고우세요!” 또는 “(엄치 척과 함께) 우리 부장님, 심보 끝판왕!”이라고 칭찬을 건네 보자. (그 이후의 엄청 어색한 분위기는 제가 책임지지 않습니다ㅎㅎ)

인성은 긍정 부정 모두와 다 잘 어울린다. "그는 인성이 훌륭하다", “인성 끝판왕” 등은 칭찬의 정수다. 반면, "인성이 나쁘다"는 말은 누군가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지적할 때 쓰인다. 온라인 언어에서도 "우리 부장님은 직원들 공로를 가로채기 일쑤야. 인성이 정말 별로야" 같은 사례가 많다.

인성과 심보의 차이점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심보는 짧고 인성은 길다. 물론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다. 심보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태도나 감정을 강조한다면, 인성은 사람의 성향과 도덕성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있다. 심보가 특정 상황에서 드러나는 충동적인 마음가짐에 가깝다면, 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의 전반적인 성품, 성향, 성격이다. 예를 들어, 심보가 "오늘 기분이 별로라서 매사에 툴툴대는 태도"라면, 인성은 "언제나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본질"이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지도를 제공하지만, 함께 쓰이면 한 사람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앞으로 더욱 찾고 연구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요약>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성과 심보 모두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용어이다. 인성이 개인의 성품을 나타내는 말이라면 심보는 마음을 쓰는 자세나 태도에 포커스를 둔다. 인성은 ‘인성 끝판왕’ 또는 ‘인성이 쓰레기다’ 등의 용례로 보아 긍정과 부정 상황에 모두 잘 어울린다. 이에 비해 심보는 못되다, 고약하다 등 주로 부정적인 언어와 잘 어울린다. ‘심보가 고우세요!’ 또는 ‘심보 끝판왕’이라는 칭찬이 어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심보는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마음가짐에 가깝고 인성은 변하지 어려운 긴 호흡이라고 보아 “심보는 짧고 인성은 길다”를 제시했다.


<하고 싶은 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언어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만나는 어휘도 민감하게 바라보고 분석하는 훈련은 결국 표현력을 좋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어휘 뜻의 차이를 아는 것과 풍부한 표현력은 글쓰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이것이 원래 주제였지만 글을 쓰다 보니 주제가 바뀌었다.

오늘 글의 주제는 "인간관계에서 심보와 인성을 잘 다스리자"가 되어 버렸다. 사사건건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태도는 “심보가 못됐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으니 늘 주의하자. &+!(그리고 한 가지 더) 대화를 나눌 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험담을 하지 말자. 남의 뒷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타고난 성품인 인성이야 쉽게 바꿀 수 없겠지만, 지적질과 험담만 하지 않아도 적어도 심보가 나쁘진 않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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