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님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 독서과정 감상문 1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대중적으로 확립하고 우리 사회에 널리 퍼뜨린 데 공이 가장 큰 인물 하면 역시 유홍준 님을 들 수 있겠습니다.
유홍준(兪弘濬) : 1949년 서울 서촌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 미술사학자, 문화재청장, 교수 등을 지냄.
다양한 이력 중, 가장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역시 "작가로서의 경력"입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대표작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이외에도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품격 있는 글을 많이 쓰셨고, 지금도 계속 쓰고 계신 현재진행형 베스트 &스테디 작가입니다.
유홍준 잡문집, 『나의인생만사 답사기』
‘나의 잡문과 글쓰기’라는 제목의 저자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을 글쟁이라고 밝히는 유홍준 님.
이번 책에는 ‘나의 글쓰기’라는 파트를 따로 부록으로 꾸미고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이라는 파트가 들어 있습니다. 유명작가이자 글쓰기의 대가인 유홍준 님이 건네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 - 너무나 반갑고도 궁금해서 본문의 내용보다 부록으로 먼저 달려가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글 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위해 유홍준 님이 전하는 글쓰기를 위한 조언 – 책에 수록된 내용을 발췌 및 요약하고 저의 생각도 덧붙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참고하시고, 자기만의 시각으로 해석하셔서, 각자의 글쓰기에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유홍준 님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시작하겠습니다.
"글쓰기의 핵심은 주제를 장악하는 것이다. 주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글이 흔들린다. 간혹 소재와 주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재는 글의 재료이고 주제는 말하고자 하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깍두기는 주제이고 소재는 무이며 양념의 배합은 글의 구성이다. 제목만으로 그 주제를 전달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된다. 제목만으로 전달이 잘 안 될 때는 부제를 달아보면 명확해질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남도답사 일번지:강진·해남 답사기」, 「봄의 전령:홍제천변의 개나리」 같은 식이다."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 p.302
주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글이 흔들린다는 말에 매우 공감이 갔습니다. 저의 경우 좋은 글감이나 소재를 발견하면 ‘아, 이걸 이용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된 글쓰기는 시작하지도 않고 떠오른 글감만으로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혼자 흐뭇해하기도 합니다. 유홍준 님의 조언을 읽으면서 소재가 좋다고 해서 주제가 명확한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무가 좋다고 무조건 깍두기가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양념 배합도 잘하고 잘 버무려야 합니다. 황금 레시피로 버무려야 무가 비로소 맛있는 깍두기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소재라고 해도 주제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반복해서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뜻’은 무엇인가를 점검하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어서 유홍준 님은 “글을 다 써놓고 제목을 달려면 늦는다면서, 제목이 먼저 정해져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라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글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아야 한다”로 해석했습니다. 제목은 일부 수정 가능하지만 주제는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도 제목은 일부 수정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어미라든가 조사의 생략 등 세부 편집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글의 내용을 가장 핵심적으로 요약한 제목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면 주제가 약한 글이 될 수 없겠죠?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역시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뜻인 “주제”와 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목”입니다.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싶은 그럴싸한 제목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명확한 주제와 글의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주제와 글의 구조 등을 점검하기보다는 흥미를 유발할 그럴싸한 제목 붙이기에 더 많이 고민했던 저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네요.
말하고자 하는 뜻이 분명한 글을 써라.
글의 내용을 집약할 수 있는 제목을 붙여라.
처음부터 제목이 정해진 글이 주제가 강한 글이다.
“글이란 내가 아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누군가가 읽어줄 것을 기대하고 쓴다는 점에서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내 글을 읽을 잠정적 독자를 머리에 떠올리고 쓴다. 이 점은 아주 중요하다...(중략)... 독자는 그 글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독자는 일단 성실하게 읽는다. 그러나 독자는 언제고 글이 시시하면 읽다 말 수 있다.”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 p.302
글쓰기에 있어서 독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관객이 없다고 생각하고 만드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하는 글은 더 이상 작가 혼자만의 글이 아닙니다. 누구든 그 글을 볼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웃음을 참을 수 없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우선 내가 쓴 글에 내가 감동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내 글을 읽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겠습니다.
나열식 서술은 읽는 이를 피곤하게 만든다. '지루한 웅변'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절대 금물이다. 하나의 글은 어떤 식으로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글의 짜임새이다. 기승전결에서 기(起)는 들어가는 말로 여러 방식이 있다. 여러 방법 중 자신의 취향 또는 글의 내용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중요한 것은 그런 출발 의식을 갖고 시작했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가을에 열리는 어떤 서예전에 대해 쓴다고 할 때,
"9월로 들어서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라고 편하게 말머리를 시작하는 방법,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는 근대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라고 첫머리부터 치고 나오는 방법,
"서예는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대중적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하고 주제를 암시하고 풀어가는 방법 등이 있다.
승(承)은 글의 내용에 해당하므로 있는 사실대로 풀어가면 되지만
전(轉)에서는 글에 활력을 넣어주어야 한다. 이때 반전을 드라마틱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좋은 글이 된다.
결(結)에 이르기 전에 주의할 점은 결론을 감추고 전개해 와야지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늘어놓으면 맥이 빠진다.
3번째 조언은 ‘글의 짜임’과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게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짜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시작에서 사로잡지 못하면 읽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글이 많이 있습니다. 시작 부분에서는 글의 주제를 소개하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질문 형식을 활용하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독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사건이나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글의 전환인 전(轉) 부분에서는 반전을 구사하면 좋은 글이 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상당한 내공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에 활력을 넣어 주어야 한다는 조언은 글의 흐름에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해했습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새로운 관점"이나 "다르게 바라보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독자의 예상대로 그대로 흘러가는 글은 밋밋할 수 있으니 작가만의 관점이나 창의적인 시각을 글에 녹여낼 수 있다면 그 글은 좋은 글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 아니라면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아직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기승전결의 4단계보다 서론 본론 결론의 3단계에 맞추어 많이 써 보는 훈련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500자 내외로 블로그 글쓰기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짜임에 맞추어 글을 써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1) 서론 : 300자 내외 - 주제 소개, 문제 제기, 관련 에피소드 등
(2) 본론 1 : 300자 내외 - 배경 설명 및 첫 번째 포인트
(3) 본론 2 : 300자 내외 - 심화 내용과 실질적인 팁
(4) 본론 3 : 300자 내외 - 응용 및 실천 방법
(5) 결론 : 300자 내외 - 핵심 요약, 주제 강조, 행동 유도 등
짜임새 있는 글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설득력입니다. 짜임새 있는 글을 읽은 독자는 자연스럽게 설득당하게 됩니다. 글을 다 읽음과 동시에 작가가 강조하는 바를 취하고 싶다는 심리를 갖게 됩니다. 독자가 왜 내 글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동기를 제공하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쓰면서 자신의 글의 짜임새를 점검하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를 고려하고 글을 쓰라.
겸손하게 써라 - 독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 수 있다.
짜임새 있는 글을 써라. 짜임새 있는 글이 곧 설득력이 높은 글이다.
유홍준 님은 기승전결의 단계를 제시했지만, 4단계가 어렵다면 3단계라도 좋고, 5단계(서론-본론 1-본론 2-본론 3-결론)도 좋다. 정해진 짜임새에 맞춰 글을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독자가 왜 내 글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글을 쓰면서 그 주제에 맞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글은 무조건 성공한다...(중략)...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낸 정양모 선생님이 애기부처의 발가락이 까맣게 된 내력을 얘기해 준 것이다...(중략)...사실 이 에피소드가 있어서 <삼화령 애기부처> 답사기를 쓸 수 있었다.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 p.305
에피소드는 글쓰기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고 공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추상적인 설명이나 이론만으로는 전달력이 약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이나 이야기를 더하면 독자는 쉽게 몰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주제로 글을 쓸 때, 단순히 "스트레스 관리 잘하고 과로보다는 휴식을 취하세요"라고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과도한 업무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던 사람의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이 글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감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겨우겨우 힘겹게 눈을 떴다. 3일 동안 잠을 잔 시간을 모두 합쳐도 10시간이 채 안 될 것 같았다. 어제 오전부터 윗입술 옆 쪽이 불편했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뻣뻣한 느낌도 있었다. 오늘 눈을 떠 보니 뜨끔뜨끔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혼자서 해결할 불편함이 아닌 것 같아 동네 병원을 갔다. 하아!ㅠ 대상포진이란다. 최근에 무리한 적이 있는지 묻는다~
이론을 제시하는 것보다 실제 사례가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법입니다. 에피소드는 메시지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게 하며,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글을 쓰실 때 적절한 에피소드를 활용하기! 잊지 마세요!!
누구나 글을 쓰면서 가장 애태우는 것 중 하나는 어휘력의 부족이다...(중략)...이럴 때는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던 이미지로 대체하여 그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중략)...그 적막강산에 대한 아쉬움을 나는 형용사만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때로 당시의 감정을 대신했다.
“솔밭과 산새가 사라진 만덕산의 봄 - 그것은 마치 외할머니 돌아가신 외갓집을 찾는 듯한 허전함으로 다가왔다.”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 p.306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나 부사만으로 자신이 느낀 바를 표현하기에 부족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슬픈 감정을 단지 "슬프다"는 말로만 표현한다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아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외롭다, 정말 외롭다, 너무 외롭다 등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유홍준 님의 조언에 따라, 외롭다는 감정을 자신이 경험했던 이미지로 대체해 보기로 합시다.
해가 지고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혼자 남아 있던 초등학교 졸업식 날의 풍경!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온과 체온을 기억한다.
단순히 외롭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특정 순간이나 상황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더욱 외로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 다음 편에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