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면 회사도 잘 다닐까?

일 잘해도 회사 잘 못 다니는 사람과 일 못해도 회사 잘 다니는 사람

by Growood

일은 잘하는데 회사는 잘 못 다니는 사람

반대인 사람

둘 다 모르겠고 그냥 집 가고 싶은 사람


비밀의 화원...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이상은 노래라고 알고 있으면 임원

아이유 노래라고 알고 있으면 과장 이하..


수림의 사무실엔 비밀의 화원(입사 배경과 관련해서 비밀이 많고 화원이라는 이름을 가진)이 있다.

"비밀의 화원"이 이상은 노래라고

알고 있는 나이인데, 신입사원이다.

일명 중고신입.

경력단절? 재취업? 낙하산? 대표님 지인?


수림보다 열두 살이 많았고,
이력서엔 결혼 후 경력단절이라는
말이 조용히 적혀 있었다고 전한다.

결혼 전에는 대기업에서

일 좀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몰라도
팀에 온 첫날부터 태도는 신입이 아니었다.

혹자의 말대로 윗선의 백인가?

그래도 화원의 비밀이 빨리 묻힌 건

화원이 일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럼 됐지, 뭐. 신입이가 시키는 잘하면.


어찌 됐든 비밀의 화원의 보고서는 깔끔했고,
회의 시 발표는 군더더기 없이 더할 나위가 없었다.
회사에서 좋아할 만한 인상, 면접 프리패스 상이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그랬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에게 호감 이미지였다.


화원이 팀에 온 뒤
수림과 처음 같이 밥을 먹은 날,
화원은 점심 특선 특초밥 세트를 먹으면서
뜬금없이 사주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사주를 봤는데요. 상관격이 있대요.”

수림은 숟가락을 잠시 멈췄다.
이 회사에서 사주 이야기는
대개 퇴사 서사의 전조였다.

“윗선에 할 말이 많아서
회사 생활이 어렵다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이 더 맞는다고…호호.”

화원은 웃으며 말했다.
자기 얘기인데도 가볍게.

“근데 전 그런 거 안 믿어요.
제가 그걸 극복하면 제 인생이 더 뚫리지 않을까요.”

수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배운 강력한 무기 중 하나. 할 말을 한 번 참고 잘 듣고 있다는 표정과 함께 끄덕끄덕. 영혼보단 리액션이 중요하다)

“회사 생활을 잘 해내는 게
제 용신일 수도 있잖아요.
전 일단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남았다.
(아, 이 사람 회사에 진심이구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다 걸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화원은 일을 잘했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했고,
팀 내 불합리도 정확히 짚었다.
그리고 그걸 (굳이 그리고 자주) 입 밖으로 냈다.

“이건 구조적으로 계속 반복될 것 같아요.”

“이 책임이 왜 이쪽으로 오는지 모르겠어요.”

말투는 공손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선 타기를 했다.

그럴 때마다

수림의 머릿속엔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하아… 사주에 상관격. 사주에 상관격이라더니…)

화원의 대척점에 늠름하게 서 계신 상장 생각도 났다.


상장은 정반대였다.
상장은 일을 잘하진 못했다.
하지만 회사는 정말 잘 다녔다.

대표가 원하는 언어를 알고,
불편한 말은 둥글게 바꿨다.
문제는 관리 포인트가 되었고,
사람은 절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상장은 회사가 사랑하는
관리자의 전형이었다.

화원은 회사가
점점 불편해지는 유형이었다.

그리고 수림은
그 둘 사이에 서 있었다.
일도 잘했고, 회사도 잘 다녔다.
적어도 예전에는.

하지만 일이 막히자
회사보다 집이 먼저 떠올랐다.
그게 스스로에게도
조금은 낯설었다.


회의실에서 화원이
다시 한번 선을 넘을 때,
수림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조직은 문제를 말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조용히 덮는 사람을
끝까지 데리고 간다는 걸.

(사주에 상관격이 아니라 이 회사와 no상관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정말 배울 것도 많고

좋은 점 역시 많은 사람이었지만

수림은 화원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한다고 회사 생활을 잘하는 것은 아니구나.

어쩌면 어떤 면에서는 반대일 수도 있겠구나


그날 오후 회의실에 둘러앉은 세 사람.


일은 잘 하지만
회사엔 맞지 않는 사람, 화원.


일은 못하지만
회사는 잘 다니는 사람, 상장.


그리고 일도 회사도
잘해왔는데 이제는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수림.


화원은 아직 모른다.
이 회사가 가장 먼저 불편해질 얼굴이 자기라는 사실을.

(화원이 사주를 본 곳은, 과연 용한 곳이 될 것인가?)


수림도 아직은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언젠가 자기 자리가 흔들릴 것 같다는 예감만 있다.


그 예감이 이상하게도

두렵기보다는 조금은

정직하게 느껴졌다는 것까지.


상장의 개회 선언이 시작됐다.

일은 못하고 회사 생활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상장님 왈,

“자, 오늘 회의 끝나고
대표님이랑 러닝 나가야 해서요.
중요한 것만 빨리빨리 쳐냅시다.”


(아!! 상대편 팀장님 상장이여

아부가 상장감인 상장이여

부르다가 내가 쓰러질 이름이여

역시 넌 실망을 시키지 않는구나)


아, 일은 못하는 사람이 빨리빨리 쳐내도 되지만


사람을 쳐내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회사가 구성원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은

그날 회의실 문이 닫히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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