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무더운 여름날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무채색 같은 사람으로 출근을 하고 있던 그런 날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에 꽉꽉 찬 지하철의 에어컨은 풀가동 중이라는 방송은 계속 흘러나오며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하루의 에너지는 목적지인 명동역에 도착하며 이미 방전되어 있었고 ,
회사로 향하며 10년 넘게 같은 출근길로 다녔고 매일 보던 건물은 모습이 내 목을 조르듯 답답하게 느껴지던 시기,
퇴근 후 귀가하면 초등학생이 된 딸과 책상 앞에서의 씨름 딸은 잔머리만 늘고 책상 앞에 앉으면 하품만 연거품에
이 세상 가장 느린 굼벵이처럼 뭘 시켜도 바로바로 하는 행동도 없고 결국 아이에게 큰소리를 지른다.
육아를 전담하는 엄마의 연설이 한참 동안 지속된다. 딸의 행동이 이랬고 요즘 이런 거 같고 말은 안 듣고 등등.. 거기에 대답할 힘도 없어 망부석처럼 엄마
앞에 앉아 45도 시선을 떨구어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의 나의 삶은
배는 고프지만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루를 빨리 마감하고 싶어 잠자리에 일찍 들어가고 침대에 누어 멍하게 핸드폰만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 나의 삶은 재미도 없고 당장 내 삶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하며 이런 상황이 길게 유지된다면? 이란 생각이 들 때 앞이 깜깜하다 느꼈다.
내 마음의 심정이 어떤지 스스로도 모르던 시기였다.
그런 무채색 같은 나로 꾸역꾸역 되풀이되듯 살며 눈뜨면 출근을 하고 모두가 잠들 때
혼자 안주 없이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를 보는 게 하루의 낙인 삶이 이어졌다.
매일 출근하던 길 광고를 보았다.
명동역에 도착하여 고개를 들었더니 매일 같은 자리 있었던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 바다에 둘러 싸여 고대 유물 같은 건물들..
“지중해 섬 몰타에서 만나요!”라는 문구
광고가 한눈에 들어왔지만 방전된 마음에 궁금하지도 그냥 광고만 곁눈질로 보며 지나쳤으니
사람 마음이 방전되고 여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몰타라는 나라 정도만 알고는 있었다.
관심 없이 스치듯 매일같이 내 옆을 지나가던 몰타라는 나라가 나에게 이런 삶의 전환점을 갖고 올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