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친밀감
내적 친밀감.
내적친밀감이란 참 무서운것같다. 이름도, 나이도, 연락처 조차 모르지만 한 공간에서 공부를 하며 고생했던 탓인지, 자주봤던 사람들한테는 마음이 휩쓸리기 쉽다.
괜찮아 보이고 나에게 친절한 동성한테도 고마워서 마음이 가는데, 그게 이성이라면 더 빠져나오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도 있다. 마음을 빼앗겼던 그 사람이, 막상 대화를 나누고 알아갈수록 내가 그려왔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때로는 실망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삭막한 수험 생활 속에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분명 큰 위로이자 힘이다.
내적 친밀감이 무섭다는 건, 바로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백 년을 사는 시대에, 고작 티끌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짧은 인연조차 내게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잠깐 스쳐간 사람들인데도, 그 안에서 느꼈던 온기와 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나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도록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고, 다시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재수학원에서 만난 이 짧은 인연들이 그렇게나 아쉽다. 극도로 내향적인 i인 나로서는 먼저 연락처를 묻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마 이대로 관계가 끝난다면, 언젠가 분명 후회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해본다.
모두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 말 한마디 섞지 않았더라도, 나는 여러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나는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천천히 곱씹으며 사는 사람이야. 아마 오랫동안, 이 내적 친밀감을 느꼈던 여러분이 그리울 거야.
내 마음은 언제나 다가가고 싶었다는 것, 그것만 알아줘.
모두, 수능 꼭 잘 봐.